신재일 수필가

잔인한 달 4월은 만우절로 시작한다. 해마다 만우절이면 설악산의 흔들바위가 검색순위에 오른다. 흔들바위가 떨어졌다는 가짜뉴스 때문이다. 미국 관광객이 11명이 떠밀어서 떨어트렸다는 내용이다.

작년에도 나온 이 거짓말은 올해도 어김없이 재탕되었다. 국립공원에서 해명을 하는 해프닝도 반복되었다. 문의가 빗발치자 관계자는 “엄청나게 많은 인원이 밀면 떨어질 수 있을지 몰라도 그만큼 많은 사람이 서 있을만한 공간도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사실 이런 정도 수준의 거짓말은 인신공격도 아니고 사회에 크게 물의를 일으키지도 않으면서 웃을 수 있는 내용이다. 들어도 큰 부담이 없는 만우절 맞춤형 거짓말인 셈이다. 누가 지어냈는지 모르지만 생명력이 있다. 내년에도 재탕될 가능성이 높다.

현대적인 의미의 만우절은 주변 사람들에게 가벼운 장난이나 농담으로 웃음을 주는 날로 인식되고 있다. 공신력있는 기관에서 이벤트로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프로축구 울산 현대구단이 SNS를 통해 브라질을 대표하는 축구스타 네이마르가 울산 유니폼을 입고 있는 사진을 게재했다. 다른 나라에서 축구의 신 메시가 멘시티와 3년 계약을 했다는 기사가 신문에 실리기도 했다. 사람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가짜뉴스다. 그러나 시사성이 있어 내년에 반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흔들바위 거짓말이 반복되는 이유는 흔들리기는 하지만 떨어지지 않는 흔들바위의 속성 때문이 아닐까. 설악산의 흔들바위는 한 사람의 힘으로 움직일 수 있지만 100명이 밀어도 한 사람이 민 것과 같이 흔들릴 뿐이라 하여 이름이 지어졌다고 한다. 넓은 반석이 위에 놓여 있으니 떨어졌다는 거짓말도 가능한 것이다.

흔들바위의 이치는 간단하다. 바닥이 고르지 못해 축이 안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흔들리기 쉽지만 바닥이 넓어서 굴릴려면 훨씬 큰 힘이 필요하다. 지레의 원리와 받침점의 이동을 생각하면 이해될 것이다. 전국에는 비슷한 바위가 많다고 한다.

흔들바위 가짜뉴스를 보며 흔들리는 것과 떨어지는 것에 대해 생각을 해본다. 흔들린다는 표현은 물리적으로 상하나 좌우 또는 앞뒤로 움직이는 경우인데 방향이 계속 바뀌어야 한다. 예를 들어 바람에 나무가 흔들리는 경우다. 가지 많은 나무는 바람 잘 날이 없다. 나무는 멈추고자 하나 바람이 멈추지 않는다(樹欲靜而風不止)라는 말도 있다. 나무가 크면 바람을 많이 받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떨어지는 것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위치가 변하는 현상인데 주로 수동적으로 그리고 급격히 낮아지는 상황을 표현한다, 다시 올라갈려면 인위적인 힘이 필요하다.

상징적으로 흔들림은 잠깐의 위기에 쓰는 표현이다. 그러나 떨어지면 회복이 어렵다. 떨어진 후 영원히 회복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음에 비해 흔들림은 회복이 불가능한 경우에 쓰는 표현이 아니다. 물론 정도의 차이라고 볼 수는 있다. 오랫동안 흔들림이 누적되면 떨어짐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코로나19로 세계의 경제가 어려워졌다. 세계경제가 최대 5천조원의 손실이 예상된다는 보고서도 있다. 우리나라도 어렵다. 흔들리는 상황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흔들바위처럼 흔들려도 떨어지지는 않아야 한다.

지난 3월의 수출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0.2%만 감소했다는 뉴스가 있었다. 크게 선방한 셈이다. 나름대로 우리나라의 저력을 보여주는 지표인 것은 분명하다. 물론 아직 안심하기는 어렵고 4월이 걱정된다. T.S 엘리어트가 시적인 언어로 쓴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는 표현이 진짜 잔인한 달로 현실화될까 두렵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뉴스에 의하면 만우절에 가장 듣고 싶은 거짓말은 “코로나가 종식되었다”였다고 한다. 나는 반대로 요즘 하도 어렵다보니 “지금까지의 상황이 만우절의 거짓말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저작권자 © 대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