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하락, 한은 기준금리 인하에도 '체감 온도' 는 0도

국제유가가 급락하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대폭 인하됐지만 시중에서 느끼는 인하폭은 미미해 소비자들의 불만과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국제유가가 18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1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올 들어 국제유가는 배럴당 20달러까지 내려갔다.

코로나19 확산에다 세계 원유 생산 2, 3위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석유전쟁이 가세해 국제유가가 연일 하락세다.

이로 인해 국내유가도 하락세를 보이긴 하지만 국제유가 하락과 비교하면 그 폭이 턱 없이 적다. 지난달 31일 국내 휘발유 가격은 L당 1411.92원으로 지난 2월말과 비교하면 7.5% 하락하는 데 머물렀다.

이와 관련 정유업계 관계자는 “세금이 만든 착시효과다. 국내에서는 전체 기름 값의 약 60%를 세금이 차지하기 때문이다. 관세(세율 3%), 석유수입 부과금(ℓ당 16원), 교통에너지환경세(ℓ당 529원) 등이다. 여기에 주유소 임차료와 인건비 등 고정비도 그대로다”며 “각종 세금이 정액으로 붙기 때문에 국제유가가 내려도 국내 기름 값은 그만큼 하락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주유소 기름 값은 국제유가와 실시간 연동하지 않고 국내 석유제품 가격과 연동된다”며 “국내 주유소 기름 값에 국제유가가 반영되려면 2주일 정도 시차가 발생 한다”고 덧 붙였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2~3주 후면 국내 휘발유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코로나19 여파로 외국 정유 사들이 싼값에 석유제품을 내다팔아 국내도 2~3주 후면 휘발유 가격이 더 내려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같은 사례는 금리에도 적용된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16일 임시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0.75%로 낮춰 사상 첫 0%대 기준금리 시대가 도래 했다.

하지만 한은이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 수준인 0%대로 낮춰 돈을 무제한 공급해도 시중은행이 그 돈을 쓰지 않으면 돈은 돌지 않는다. 한은이 유동성을 아무리 풍부하게 공급해도 실제로 대출 리스크를 짊어지는 은행 등 민간 금융기관이 가계와 기업 등 실물부문에 자금공급을 원활하게 하지 않으면 기준금리를 인하 하더라도 수요자들은 그 혜택을 받기가 힘들 수밖에 없다.

결국 한은이 기준금리를 낮추고 민간 금융기관을 통해 유동성을 무제한 공급하려 해도 이는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한 유동성 공급에 그칠 뿐 가계와 기업 등 실물부문에 대한 자금공급으로 이어지지 않을 우려가 높다. 실제로 코로나19로 부도위험이 높아진 상황에서 민간 금융기관 창구에서 리스크를 책임지고 선뜻 자금을 빌려주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준금리 인하분이 대출금리에 반영되기까지는 일정기간 시차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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