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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렬의 트라우마 이야기] 코로나 트라우마②

기사승인 2020.03.24  19: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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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렬 포항지진트라우마센터장·정신과 전문의

   
‘코로나 블루’, 며칠 전 포항 KBS 라디오에 잠깐 출현을 했었는데, 그때 필자와 대담을 한 아나운서가 이 표현을 썼다. 코로나 블루. 코로나로 인해 가라앉은 경기만큼이나 우리 기분도 그렇게 착 가라앉아 칙칙한 암청색이 된 것 같다.

처음에는 이 코로나 사태,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코로나 참사라고 불러야 할 현 상황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 주로 불안이었다면 이제는 분노, 우울, 탈진이 뒤섞인 뭐라 형언하기 어려운 그런 감정이 되어가는 것 같다. 몸도 마음도 다 지쳐가는 것이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필자의 소견으로는 가장 큰 문제가 근거 없는 낙관론과 공허한 위로다. 코로나19를 우한 폐렴이라고 부르던 초기에 독한 감기 정도일 것이니 너무 걱정할 필요 없다 한 것은 코로나19에 무지하여 그랬다 쳐도 그 후 코로나 확산이 조금만 주춤하는 듯해도 이제 고비를 넘겼다느니 진정 국면이라하며 곧 이 사태가 종식될 것처럼 근거 없는 희망을 전파하다 바로 며칠 뒤 기다렸다는 듯 퍽퍽 터진 집단 감염과 사망 사고들이 어디 한 두 건인가. 정말 이건 리더십의 문제다.

아직 전쟁이 한창인데 뜬금없이 풍악을 울리는 격이다. 마스크 문제만 해도 그렇다. 처음에는 KF80 이상은 꼭 써야 한다 했다가 얼마 후에는 사실 건강한 사람은 마스크 필요 없다 하더니 지금은 KF 마스크 없으면 면 마스크라도 쓰는 게 좋다고 하며 사실은 손 위생이 더 중요하니 어쩌니 한다. 이런 혼란스런 메시지들이 우리를 지치게 하는 것이다.

트라우마와 관련된 유명한 연구가 있다. 베트남전 당시 베트남 포로수용소에 억류되었다 돌아온 미군 포로들을 대상으로 건강히 살아 돌아온 사람과 그렇지 못했던 사람의 특성을 비교한 연구이다. 간단히 요약하면 근거 없는 낙관론에 빠졌던 사람들이 가장 예후가 나빴다고 한다. 즉, 아무 근거 없이 이번 크리스마스까진 돌아갈 거야, 다음 부활절까진 돌아갈 거야, 또는 꿈에 하나님이 나타나셔서 다음 달에는 네가 미국에 돌아갈 거라 하셨어 등등의 낙관적 ‘믿음’을 가졌던 사람들이 바로 그 크리스마스, 그 부활절, 그리고 그 다음 달이 되었을 때 제일 먼저 쓰러졌다고 한다.

그럼 가장 예후가 좋았던 그룹은? 이들도 낙관론자들이었다. 그런데 이들은 현실적 낙관론자들이었다. 즉, 언젠가 나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야. 그러나 그게 언젠지 지금으로선 알 수 없어, 그러니 우선은 여기서 잘 버티는 게 중요해, 뭐 이런 생각을 가졌던 사람들이었다 한다. 정말 한 끝 차이인 것이다. 그리고 그 두 그룹의 중간에는 비관주의자들이 있었다.

이제 나는 고국으로 돌아가기는 틀린 것 같다고 자포자기 상태에 있던 그룹들, 그들이 오히려 근거 없는 낙관론에 빠져있던 그룹보다 예후가 좋았던 것이다.

전쟁 중에는 전사(戰士)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 적을 죽이고 내가 살아남는 것 외에 다른 마음을 가져서는 안 된다. 그래야 승리할 수 있고 살아남을 수 있다.

지난 2월 말 필자가 게재한 특별 기고에서 코로나 감염 확산 사태는 큰 재앙이고, 지금은 개인적 차원은 물론이고 국가사회적 차원에서도 이 병의 퇴치에만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었다. 정말 지금은 전시(戰時)에 준하는 국가총력전을 펼쳐야 할 때다. 이미 그런 나라가 있는 모양인데, 유명한 향수 만들던 회사에서 생산 라인을 바꿔 손 소독제 만들고 있다고 한다. 우리도 그리해야 한다. 코로나와의 싸움에 필요한 것들을 우선 생산해야 한다.

옷 만들던 회사에선 의료진들이 입는 방호복과 가운을 만들어야 하고, 자동차 회사에선 코로나 환자 수송용 앰블란스를 생산해야 한다. 전쟁 나면 그러지 않는가? 웬만한 공장은 다 군수물자와 무기 생산하는 방위사업체로 바뀌지 않는가? 그 정도의 결기가 필요한 상황이다.

돈 있으면 코로나 퇴치에 우선 써야 한다. 여전히 의료현장과 방역현장에선 물자 부족, 시설 부족,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경제는 코로나가 종식되면 저절로 좋아진다. 시간이야 좀 걸리겠지만. 어제 모 신문 만평란에 재밌는 만화가 실렸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묻는다. “50만원(재난기본소득) 받으면 뭐할 거야?” “마스크 사야지!” 이게 현실이다.

결국 우리가 이길 것이다. 사람이 이길 것이고, 대구가 이길 것이고, 경북이 이길 것이고 대한민국이 이길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아니다. 언제인지도 모른다. 그저 우리는 오늘도 투구 끈을 다시 죄고 창과 방패를 들고 전장으로 나갈 뿐이다. 의료현장에서 방호복 입고 땀 흘리는 의료진부터 사회적 거리 두기에 열심인 일반 시민들까지 각자의 전장에서 이 괴질과 싸울 뿐이다. 조금만 더 버티고, 조금만 더 힘을 내보자.

대경일보 webmaster@dkilbo.com

<저작권자 © 대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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