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태 시사평론가

4월 국회의원 총선이 본격적인 단계에 들어갔다. 여야 진영 선수들 가닥이 잡히고 유권자들 마음잡기로 분주하다. 우한 폐렴도 어느 정도 고비를 넘겨 정치, 경제, 사회적인 현안을 하나씩 풀어가야 할 때다. 언제까지 바이러스에 휘둘리고 신천지 색출에 에너지를 낭비할 수는 없다. 다만 녹초가 되어가는 의료진 응원만큼은 더욱 힘을 합쳐야 한다.

국회의원 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이제 나라가 한바탕 홍역을 치를 것이다. 국가적 재난을 극복할 훌륭한 인재를 선택하는 일은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일이다. 지금은 어설픈 진영 논리나 집단 이해에 얽혀 편을 갈라 묻지마 투표를 할 시기는 아니다. 필자는 선영이 포항 남구 장기면이고 교편을 잡은 선친을 따라 몇몇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를 포항에서 나왔다. 북구에 친구가 많고 남구 기업에서 오랫동안 생계를 유지해 오고 있다. 포항을 좋게 만드는 일에 어느 정치인에게도 뒤처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그래서 이번 국회의원 선거가 예사롭지 않다.

포항은 많은 분들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 20여 년이 잃어버린 시간이라는 시각이 많다. 철강산업 의존도가 지역경제 발전의 변수로 작용하는 가운데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지 못하고 있는 게 문제다. 가뜩이나 어려운 포항 경제가 우한 폐렴으로 더욱 심각한 늪에 빠져들고 있다. 이를 해결할 정치적 리더십이 무엇보다 필요한 상황이다.

포항의 북구와 남구는 처한 상황이 다르다. 북구의 현안인 흥해 지진 극복은 특별법이 제정되었다고 하나 실질적인 혜택이 피해자들에게 돌아가기까지는 많은 단계가 남아 있다. 피해 접수, 조사, 보상 등은 정부 관련부처의 협조와 체계적인 정책 실행이 유기적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러한 협력을 도출해 낼 소통 채널을 갖고 있는 사람이 북구에 필요하다. 정치권과 불필요한 날을 세워 유권자들이 피해를 보는 일은 없어야 한다. 과메기도 당선된다는 오명을 씻을 수 있는 기회일 수도 있다.

남구는 포항 벤처밸리 조성과 철강산업 경쟁력 회복이라는 오랜 숙원 과제가 있다. 세계적인 철강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정치권의 불필요한 경영간섭을 막아내고 산업, 물류, 수출 등 효과적인 정책 지원이 시급하다. 포항이 글로벌 중심도시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국제적인 협력을 위한 안목을 갖춰야 한다. 환동해지역 기업들의 긴밀한 협력은 현재 경색국면을 보이고 있는 한일, 한중, 한러 외교에 새로운 물꼬를 틀 마중물이 될 것이다. 포항 벤처밸리는 지곡동 일원에 소재하고 있는 최고 수준의 연구개발 기관과 경제자유구역, 블루밸리산업단지에 생명을 불어넣을 기업유치가 전제되어야 한다. 이러한 기업유치를 할 수 있는 참신한 경제 전문가가 남구에 필요하다. 포항이 미국 실리콘밸리처럼 벤처기업의 산실이 돼야 한다. 포스텍을 중심으로 생명공학연구센터와 방사광가속기를 통해 코로나바이러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치적 그리고 전문가적 리더십이 요구된다.

우한 폐렴 사태는 포항 경제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지만 동시에 구조적인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바이러스 공포가 소비 위축과 기업 매출 감소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면서 전 세계적인 삶의 변수가 되고 있다. 소비자들의 심리적 불안과 부정적 편향이 정치, 경제, 사회 전반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기업들로 하여금 새로운 경영 환경에 도전하는 재도약의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현명한 경영자는 외부적 위협을 경영의 내실을 다지고 조직을 추스르는 기회로 삼는다. 중국 의존도를 탈피하기 위한 대안으로 베트남을 비롯한 아세안과 남미, 아프리카 등과 교역 다변화로 지속 가능한 경영기반을 확립해 나가야 한다. 비접촉 소비 증가세가 두드러지는 가운데 반사이익을 얻거나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산업 분야 및 기업들이 나타나고 있다. ‘언택트(untact)’란 기술의 발전을 통해 사람과 접촉 없이 물건을 구매하는 새로운 소비 경향을 의미한다. 또한 재택 근무, 유연 근무 등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한 선진 제도들을 기업들이 시도해 볼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이 시기에 포항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해묵은 정치 구도를 타파해야 한다. 공천 받으면 무조건 뽑거나 여든 야든 한쪽으로 몰아주는 시대는 이제 지났다. 각 분야에서 힘이 부치는 현 정부나 제대로 수권능력을 갖추지 못한 야권에 몰표를 줄 수는 없다. 북구와 남구의 상황을 고려해서 여야를 아우르는 네트워크를 가동할 효율적인 정치 구도가 필요하다. 여야 국회의원이 관련 정책을 효과적으로 입안하고 지역경제 회생을 위한 최고의 성과를 내도록 유권자들이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는 믿음직한 지도자가 있으면 천하에 걱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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