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올들어 회복을 기대했던 경제에도 돌발 변수로 떠올랐다. 2000년 이후 전염병이 경제에 충격을 준 사례는 세 차례 있었다. 2002~2003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 등이었다. 국내 경제는 중동에서 시작됐던 메르스나 멕시코발이었던 신종플루에 비해 중국발 사스의 충격을 가장 크게 받았다. 사스 확산 여파로 우리 경제 성장률은 2002년 7.4%에서 2003년 2.9%로 추락했다. 이를 입증하듯 28일 국내 금융시장은 심하게 요동쳤다. 원/달러 환율은 8.0원이 오른 1,176.7원으로 장을 마쳤고, 코스피는 직전 거래일보다 69.41포인트(3.09%) 폭락한 2,176.72로 마감했다.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는 국고채나 금값도 크게 올랐다.

우한 폐렴 감염자는 28일 0시를 기준으로 중국 본토에서만 4천500명을 넘어섰고 사망자도 106명으로 늘었다. 중화권과 인접국 한국·일본(각각 4명)은 물론 미국(5명), 프랑스(3명), 독일·캐나다(각각 1명)에서도 감염자가 발생했다. 감염자 증가세나 확산 속도가 사스나 메르스 때보다 빠르다. 미국, 일본, 프랑스 등은 중국 우한에 고립된 자국민을 태워 나르기 위해 전세기를 띄우기로 하는 등 철수 작전에 나섰다. 우리도 우한 총영사관을 통해 수요조사를 마치고 귀국 의사를 밝힌 500여명의 우한 교민들을 철수시키기 위해 30∼31일 전세기를 투입한다. 정부는 208억원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방역 대응 예산을 신속히 집행하고 모자랄 경우에는 목적 예비비 2조원을 지원하겠다는 대책도 내놨다.

28일 현재 대구지역 신종 코로나 능동감시 대상자는 기존 6명에서 9명으로 늘었으며 경북은 12명이 능동감시 대상으로 분류돼 있다. 지역에서 확진자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확산우려와 대비를 주문하는 여론에 따라 경북도와 대구시 등 각 지자체는 비상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교육청은 개학을 앞두고 학부모들이 요청하고 있는 휴교 여부를 결정짓지 못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여기에다 사람들이 바이러스 감염을 우려해 바깥 활동을 줄이고, 중국 관광객도 급감할 것이 뻔해 관광산업을 비롯한 지역 경제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 우리 경제는 가까스로 2% 성장에 턱걸이했다. 정부는 올해 반등을 기대하며 2.4%의 성장 목표를 세웠지만, 우한 폐렴이 조기에 잡히지 않으면 목표 달성에 차질이 우려된다. 수치적으로 계산할 수는 없지만 지역 경제는 말할 것도 없다. 포항과 경주·안동 등 관광도시는 더 심각한 타격을 받는다. 지역민의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이지만, 경제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우한 폐렴 확산으로 인한 지역 경제 후폭풍이 최소화하도록 대비책이 필요한 때다.
저작권자 © 대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