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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경산책]100억원이 넘은 미술품 가격을 보니

기사승인 2019.12.02  19:5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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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재일 수필가

   
지난주 우리나라 미술품 가격에서 사상 처음으로 100억원을 넘는 작품이 등장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한국 근현대미술의 거장 수화 김환기가 1971년 미국 뉴욕에서 그린 추상화 ‘우주’가 홍콩에서 열린 경매에서 132억원에 팔렸다는 것이다.
검색을 해보니 세계적으로 비싼 미술품은 1억 달러가 넘는 경우도 있었다. 국내 젊은 작가의 작품도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경우가 있어 일반인들은 그림에 대한 관심이 있어도 선 뜻 살 수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화가들의 수입은 상위권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가난하다는 글도 있었다. 생산과 소비의 미스매치 같다. 아직 예술은 춥고 배고픈가 보다. 하긴 스포츠나 연예인도 톱클래스만 많이 벌고 대부분은 가난하다는 말도 있다. 엘리트 예술이 아닌 생활예술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미술에 조예가 없는 나는 개인적으로 김환기 화가를 잘 알지 못했다. 몇달전 대구 미술관에서 우연히 그의 전시를 본 기억이 있지만 인상 깊게 본 것은 아니다. 이렇게 유명한 줄 알았으면 좀 더 자세히 감상했을 것이다.
보통 관심 있는 분야가 아니면 대충 보게 된다. 또한 자신의 관점에서 현상을 파악하고 해석한다. 보고 싶은 정보만 받아들이는 현상도 있다. 이 때문에 진실이 왜곡되는 경우도 있지만 반드시 나쁘다고만 볼 수는 없다.

미술품 가격이 높은 이유를 평소 나의 생각에 대입하여 보았다. 시장가격은 일반적으로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선에서 결정된다. 그러나 모든 상품이 그럴 수는 없다. 예를 들어 공공재는 시장 기능으로는 공급이 불가능하다.
미술시장도 자유경쟁시장은 아닌 것 같다. 공급뿐만 아니라 수요에도 진입장벽이 있어 일반인의 수요는 가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경제이론으로 가격이 결정되지는 않을 것 같다.

어떤 대상을 묘사한 미술품이 그 대상보다 더 비싼 경우가 많다. 모조품이 진품보다 오히려 더 비싼 것이다. 대학에서 문학개론 시간에 플라톤의 시인 추방론을 배웠는데 예술의 모방적 특징은 진리와 무관하며, 시민을 현혹시켜 이성적 판단력을 흐리게 한다는 주장이다. 미술품의 높은 가격은 이성적 판단이 흐려진 것이라는 말이 된다.
그러나 예술은 진실을 보여주어 삶에 의미를 주는 효과도 있다. 그리고 예술품을 통해 새로운 가치가 생산된다. 독일의 명소인 라인강가에 있는 롤렐라이 언덕이란 곳은 유명한 하이네의 시에 질허가 곡을 붙인 노래가 아니었으면 유명해지지 않고 평범한 강의 절벽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미술도 실물보다 더 실물을 잘 묘사할 수 있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알고 싶은 정보만 찾는 사람들은 그림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자신이 알고 싶은 정보를 선별적으로 얻을 수도 있지 않을까.
굳이 예술품이 아니더라도 모형을 통하면 가치가 높아지고 이해가 쉬워진다. 사무실 근처의 한 개울에 황새 모형이 세워져 있는데 개울이 살아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진짜 황새보다 더 사진찍기에도 좋다. 박물관에 가면 진품을 전시하기 보다는 그당시 상황을 묘사한 그림이나 인형들을 전시해 놓았다. 그런데 이를 통해 훨씬 더 이해하기 쉽게 된다.
비록 거래 가격이 우리와는 다른 세계에서 오가는 관념이긴 하지만 그림값이 비싼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가 알 수 없는 고차원적인 내용을 표현한 그림이라면 그들의 세계에선 그만큼의 가치가 있다. 반드시 이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이런 측면에서 용인될 수도 있는 것이다.

요즘 인터넷이나 SNS로 왜곡된 정보가 많이 나돈다. 가짜뉴스라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그대로 묘사하지 않았다고 해서 모두 가짜뉴스는 아니다. 다른 시각으로 본 것이라고 생각하여야 한다.
개인적으로 인터넷으로 검색을 할 때 짜증이 나는 현상이 있는데 사람이름을 검색하면 꼭 동명이인의 연예인이 먼저 뜨고 어떤 항목에 대해 검색을 하면 그 제목을 가진 영화나 노래제목이 먼저 뜬다. 하지만 이런 현상을 통해 내가 모르던 사실을 발견하기도 한다. 아무래도 사람들이 이런 측면으로 더 많이 검색을 하게 되니 그럴 것이다.

만약 나중에 지금 나의 삶을 주제로 영화를 만든다면 묘사하는 내용이 나의 삶보다 훨씬 감동적이고 또한 영화배우가 나보다 훨씬 미남이고 매력적일 것이다. 그리고 나보다 더 유명해질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고 내가 그 영화배우에게 질투를 느낄 필요는 없다. 나를 묘사한 부분을 나의 분신으로서 인정을 해주지 않을까.
우리사회에 실체보다 실체를 묘사한 부분이 더 가치가 있는 현상이 많이 있다. 반드시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다. 다만 조화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부작용을 적절히 통제한다면 우리의 삶이 더 가치 있게 될 것 같다.

대경일보 webmaster@dkilbo.com

<저작권자 © 대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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