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인구가 줄어 소멸 위험에 처한 시·군·구가 올해 97곳에 달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14일 열린 저출산고령화포럼에서 한국고용정보원 이상호 연구위원이 발표한 ‘한국의 지방소멸지수 2019’에 따르면 228개 시·군·구 중 소멸위험지역은 42.5%에 달하는 97곳이다. 전국 시군구의 절반에 근접한 수치다. 소멸위험지역은 2013년 75곳, 2018년 89곳으로 해마다 증가해왔다. 최근 5년간 22곳이나 늘었다.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올해 새롭게 소멸위험지역에 포함된 곳은 전북 완주, 충북 음성·제천, 부산 서구, 강원 동해, 경기 여주 등이다. 전남 부안과 인천 동구, 강원 인제 등은 소멸위험 진입 직전인 단계다.

광역시도별로 봤을 때 지역소멸위험지수는 전남이 0.44로 가장 낮아 소멸 위험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으로는 경북(0.50), 전북(0.53), 강원(054), 충남(0.63) 순으로 나타났다. 경북은 연말이면 소멸위험단계에 진입한다. 소멸위험이 비교적 덜한 곳은 세종(1.56), 울산 및 경기(1.09), 서울(1.02) 등의 순이었다.

지방소멸위험지수는 해당 지역의 20~39세 여성 인구수를 65세 이상 인구수로 나눈 수치다. 지수가 낮을수록 소멸위험이 높아진다. 이 연구위원은 현재 구성원이자 미래 인구 구성에 영향을 미칠 여성 인구가 고령인구의 절반에 못 미치는 0.5 미만일 때를 ‘소멸 위험’ 수준으로 분류했다. 소멸은 지역공동체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고 사라져버린다는 의미다. 소멸위험지역은 악순환이 반복된다. 투자는 사라지고 일자리는 줄어든다. 1인 가구와 빈집 비율이 증가한다. 의료 교육 시설은 열악해지고 재정자립도는 떨어진다. 결국 자자체 파산을 걱정해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된다.

전국이 이처럼 공동체 붕괴 위기에 처한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인구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저출산대책이 시급하다. 통계청의 장래인구특별추계에따르면 2019년은 사망자 수와 출생아 수의 교차년도다. 사망자가 출생아보다 많아진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 8월까지 출생아 수는 20만8195명인데 사망자 수는 19만3508명이다. 출생아(감소비율 8%)가 사망자(3%)보다 더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저출산에 따른 정부 대책이 속속 나오고 있지만, 그야말로 속수무책이다.

여기에다 지방에서 지속적으로 젊은 인구가 떠나고 있다.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은 이달 중 인구가 우리나라 인구의 50%를 넘어선다고 한다. 지금처럼 수도권 쏠림 현상이 계속 심화해 지방 위축이 지속된다면 국가 차원의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가 실시하는 인구정책은 한계가 있다. 지방 중소도시 등 소생활권 정주 거점 강화나 지역형 일자리 육성, 인구감소지역 발전 특별법 제정 등도 적극 검토해봐야 한다. 정부차원의 저출산 대책과 수도권 규제 등 지방소멸을 막는 정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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