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자율형사립고, 특수목적고 폐지라는 칼을 빼 들었다.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고교서열화를 해소하고 일반고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2019년 현재 초등학교 4학년이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2025년부터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외국어고, 국제고가 모두 사라지고 ‘일반고’로 일제히 전환된다. 일반고 전환이 된 대상은 자사고 42개교, 외국어고 30개교, 국제고 7개교 등 총 79개 학교다. 다만 2025년 이후에도 서울 대원외고 등 기존 외고는 ‘학교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특성화된 외국어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다. 하지만 기존 가지고 있던 학생 선발 권한이 없어지며 월 평균 100만 원에 달하던 학비도 사라져 무상교육이 실시된다.

그러나 시기를 2025년으로 정하면서 정책 연속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2025년은 다음 정부가 들어선 때다. 자사고와 외고 등은 설립근거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있다. 국회에서 개정해야 하는 법률과 달리 시행령은 정부가 수정 가능하다. 즉 문재인 정부와 다른 교육철학을 가진 정권이 집권할 경우 언제든 자사고 폐지 정책을 철회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자사고 존폐론이 불거지면 그 피해는 결국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돌아간다. 이미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에 대한 교육계의 반발이 만만찮다. 학교와 학부모들의 반대도 거세다. 서울자사고학교장연합회는 교육부 발표 직후 서울 중구 이화여자고등학교에서 교육부를 규탄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가장 자주 바뀌는 것이 교육정책이다. 대입제도만해도 수시로 변경됐다. 그러나 지금까지 어느 정부도 교육정책에 성공한 적이 없다. 이해관계가 복잡한 점도 있지만 근시안적, 단기적 관점에서 정책결정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최근 문재인 정부의 대입 정시확대만 봐도 그렇다. 자사고·특목고 폐지의 바탕인 공교육 정상화와 정반대 방향이다. 정시 위주의 입시가 되면 인성 등 전인교육은 물건너가고 문제풀이 수업이 주를 이룬다. 이런 이유로 교육계에서 꾸준히 반대 목소리를 낸 것이다.

교육부가 자사고·특목고를 고교서열화의 주범으로 인식하는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이 문제다. 수시와 직결된 학생부 종합전형(학종)에 문제가 있다면 이를 고치면 되는 것이다. 대입제도 개선이 필요하면 학종 단순화·간소화 또는 수시·정시통합이나 수능 횟수 확대, 시기변경 등을 포함해 장기적으로 고민하는 것이 맞다. 어설프게 자사고와 특목고 폐지로 처리할 일이 아니다. 당사자인 이들 학교의 학생과 학부모들이 참여하는 어떤 공론화 과정도 없이 마치 마녀사냥을 하듯이 몰아부쳐선 안된다는 것이다. 자사고·특목고의 일반고 일괄 전환에 앞서 민주국가라면 공론화가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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