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news_top
default_news_ad1
default_nd_ad1
ad42
ad37

[대경산책]코스모스가 피어 있는 길에서

기사승인 2019.11.06  19:36:03

공유
default_news_ad2

- 신재일 수필가

   
들판에 코스모스가 심겨져 있다. 일찍 핀 몇몇 꽃들이 붉은 얼굴의 색시처럼 수줍게 나를 기다리고 있다. 코스모스 경관단지를 조성한다는 푯말도 있다. 야생 코스모스만 보았는데 일부러 심는 경우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멋진 야외정원이 기대된다.
코스모스를 보러 간 길은 아니다. 그냥 걷다보니 나온 것이다. 지금까지 일부러 코스모스를 보러 외출한 기억은 없다. 그러나 내가 찾아가지 않더라도 항상 먼저 나를 찾아온다. 이렇게 만나니 너무 반갑다.
안쪽길은 자연스럽게 코스모스가 피어있는 길이 된다. 옛날 들었던‘코스모스 한들 한들 피어있는 길’이란 노랫말이 생각난다. 코스모스가 피어 있는 길과 고향 길을 연결한 대중가요가 많았다.
당시 시골길 양쪽으로 코스모스가 피어있는 풍경을 많이 보았다. 시골이 고향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익숙한 장면일 것이다. 고향에 가면 가장 먼저 반겨주는 꽃이 코스모스였다.
생각해보니 코스모스 길은 가장 쉽게 만들 수 있는 꽃길이다. 특별히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별도로 관리해야 하는 부담도 없다. 자연스럽게 자라는 코스모스는 길과 들판을 구분하는 울타리로서 무난하고 적당한 소품이었다.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화려함도 보여 줄 수 있고 추수를 앞둔 논밭과 어울려 가을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한다.

아쉽게도 요즘 도심에서는 코스모스를 잘 볼 수 없다. 아무 꽃이나 자라도록 내버려 둘 수 있는 공간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나무가 아니므로 가로수처럼 도로변에 심을 수도 없고 화단에 심기에는 조금 부족해 보인다.
화려함이 본질이 아니다보니 푸대접도 받는다. 화훼산업에서 꽃의 수요는 경조사때 축하나 조의를 표하는 헌화용 절화(자루나 가지를 잘라 쓰는 꽃)가 가장 많다고 한다. 화분에 심는 분재용도 많다. 그러나 코스모스는 이런 용도에 적합하지 않아 이용가치가 없는 풀꽃으로 취급되어 왔다. 정상적인 상황에서 코스모스를 헌화하는 사람이 없다.

그러나 나는 이런 코스모스가 좋다. 흔하게 피어 있어 부담이 없고 평범하지만 나름대로 개성도 있다. 코스모스의 꽃말은 순정이라고 하는데 그런 것과 관계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보편적인 가을의 꽃이다. 서양이 원산지인 꽃이지만 동양적인 분위기에도 결코 이색적이지 않다.
어떤 때는 친구로서 다가오기도 한다. 조선시대 윤선도가 지은 오우가(五友歌)의 수석(水石)이나 송죽(松竹)처럼 무난한 친구다. 특히 내가 찾지 않아도 먼저 나를 찾아오는 느낌이 좋다. 신도시의 공터나 강변 그리고 야외의 들판에서 자연스럽게 자란 코스모스는 비록 그를 보러 가지 않았더라도 변함없이 나를 반겨준다.
소외된 사람에게도 예외없이 친구가 된다. 봄철의 매화나 장미와는 달리 그를 좋아하는데 고차원적인 철학이나 숭고한 미학이 필요하지도 않다. 취향에 따른 거부감도 없는 듯하다.

우리주변에 코스모스처럼 흔히 볼 수 있는 나무가 많이 있다. 쉽게 자라기 때문에 도시나 산을 가꾸는데 쓰인다. 가로수용 은행나무나 플라터너스, 산림 녹화용으로 아카시아 같은 나무다. 그러나 코스모스만큼 무난하지는 않은 듯하다. 은행나무는 땅에 떨어진 열매에서 고약한 악취를 내어 한동안 거리를 걷는데 불쾌감을 준다. 플라터너스는 잎이 너무 커서 요즘 낙엽이 거리를 지저분하게 하는 피해를 준다. 아카시아는 산을 훼손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코스모스로 인한 피해는 없다.

지금까지 내가 해왔던 일들을 꽃에 비유하면 상대적으로 폼나고 멋진 일들은 화려한 꽃들에 비유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일들은 꼭 부작용이 있었던 기억이 있다. 그결과 나중에 비난을 듣게 되고 하지 않은 것만 못한 결과를 얻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표시가 나지 않으면서도 꼭 필요한 음지의 일들도 있었다. 어려운 일들도 있지만 조금만 성의를 보이면 쉽게 할 수 있는 일들도 많았다. 폼나고 멋진 것은 아니었지만 부담도 없고 싫지도 않는 소소한 일들이었다. 이런 일은 즐기면서 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코스모스처럼 나를 반갑게 기다려준 일들이다. 얼마 남지 않은 직장생활이지만 앞으로 나를 기다리는 일들이 모두 코스모스처럼 반갑게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코스모스 길을 걸으니 진짜 가을을 체감한다. 그동안 머리로는 가을이 왔다고 생각했지만 몸으로는 가을이라는 것을 느끼지 못했다. 실내에서 주로 생활하다 보니 기온이 내려가더라도 요즘 난방이 잘되어 있어서 거의 느끼지 않고 지냈다.
그래서 습관적으로 반팔 셔츠를 입었는데 이제 긴팔을 입어야겠다. 내가 가을을 찾은 것이 아니라 코스모스처럼 가을이 나를 찾아왔다.

대경일보 webmaster@dkilbo.com

<저작권자 © 대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5
default_side_ad1
default_nd_ad2

인기기사

ad40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ad41
default_side_ad4
default_nd_ad6
default_news_bottom
default_nd_ad4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