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5일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2007년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돼 학종으로 발전한 지 12년 만에 처음으로 시행된 조사다. 교육부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의혹을 계기로 대학입시제도 불공정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자 학종 선발 비율이 높으면서 특목고나 자사고와 같은 특정학교 출신 선발이 많은 전국 13개 대학을 뽑아 지난달 학종 실태 조사를 벌였다. 포항공대, 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광운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대, 성균관대, 연세대, 춘천교대, 한국교원대, 홍익대 13개 대학으로부터 2016∼2019학년도 총 202만여건의 전형자료를 받아 분석했다.

실태조사에서 고교 유형별 합격률은 과학고·영재고가 26.1%로 가장 높았으며 외국어고·국제고가 13.9%, 자사고 10.2%, 일반고 9.1% 순이다. 과학고·영재고의 학종 합격률이 일반고보다 무려 3배 가까이 높게 나타났다. 고교 소재지별로는 서울 지역 학생들이 지방 학생보다 학종 선발 비율이 훨씬 높았다. 또 자기소개서, 추천서에서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드러나는 내용이 들어간 게재 위반사항이 366건, 표절로 추정되는 자소서도 228건에 달했다. 특기자 전형에서 어학 능력 등을 자격·평가요소로 설정해 특정 고교 학생이 일부 계열에서 합격자의 70%를 차지하는 사례도 확인됐다.

이번 교육부 실태조사는 대학입시에서 수시모집 축소와 정시 확대를 위한 정부정책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교육당국은 정시 확대 움직임에 반대를 하고 있는 교육계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한다. 일선 고교 진로 진학 담당 교사들의 모임인 전국진학지도협의회와 전국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는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 고등학교 교사 3천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약 60%가 정시 확대를 반대한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발표했다. 대구·경북지역 대학들도 수시모집을 통해 학생을 미리 확보하기 때문에 정시가 확대되면 학생 확보에 애로사항이 생길 것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수시모집 선발 인원이 줄면 지역균형과 기회균형 선발 전형이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도 낳고 있다.

‘조국 사태’로 촉발된 대입 공정성 문제의 본질은 교육 불평등에 있다. 이는 단순히 정시모집 확대로 해결되는 게 아니라 계층과 지역에 따른 불평등 구조 완화에 관심을 돌려야 한다. 정시가 고소득층 자녀에게 유리한 제도라는 점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월평균 가구소득과 수험생의 수능 평균 점수를 비교해보면 소득과 점수가 비례한다는 교육 관련 기관의 조사 결과가 있다. 대입 제도는 학생·학부모·교사는 물론 교육 관련 기구나 기관마다 관점이 다르고 이해관계마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섣불리 손댈 일이 아니다. 교육 당국은 정시 확대를 고집하기에 앞서 국민 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대입제도 개선 방안을 내놓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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