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한국에 ‘카카오톡’이 있다면 중국에는 ‘위챗’(WeChat, 微信) 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모바일 메신저로는 카카오톡이 단연 1위지만 중국의 위챗은 사용인구가 11억여 명에 이르는 압도적인 메신저다. 중국에서는 위챗이 없으면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전방위적으로 위챗세상이지만 한국에서는 카카오톡 없어도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다.
그래서 중국과의 비즈니스는 물론이고 짧은 중국여행의 필수앱을 꼽는다면 단연 ‘위챗‘일 것이다.
카카오톡 역시 ‘카카오페이’나 ‘카카오뱅크’ ‘카카오스토리’ 등 모바일페이와 모바일뱅크 등 다양한 기능을 함께 제공하지만 한국인의 일상생활을 지배하지는 않는다.
‘위챗없는’ 중국인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중국인의 일상생활은 위챗과 함께 한다. 위챗은 PC기반 메신저 프로그램 ‘QQ'를 운영하던 텐센트(腾讯 마화텅 회장. 마회장은 알리바바의 마윈 전 회장과 함께 중국의 최고부자 순위를 서로 앞다퉈 맡고 있다.)그룹이 2011년 내놓은 모바일 메신저로 이후 모바일결제시스템인 ’위챗페이‘(微信支付,weChatpay) 와 접목하면서 중국인의 일상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채 10년이 되지 않은 셈이다.
중국인의 모바일 결제는 ‘위챗페이’와 더불어 ‘알리페이’(支付宝,Alipay)가 양분하고 있는데 이같은 시스템은 우리나라에서 최근 도입한 ‘제로페이‘의 원조라고 볼 수 있다. QR코드만 휴대폰으로 인식하면 간단하게 결제가 되는 시스템으로 중국인의 일상생활을 단숨에 지배해버렸다. 물론 수수료가 없다. 위챗만 있으면 파생앱을 통해 공유자전거도 탈 수 있는 등 위챗은 IT세상으로 통하는 통문(通門)이다.
어쩌다 한 번 중국을 방문하는 여행객은 이같은 중국식 결제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하고 환전해 간 ‘빳빳한’ 100위안짜리 위안화 결제를 받아주지 않아서 당황해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을 것이다. 중국의 소규모 상점은 대부분 신용카드 결제시스템을 갖춰놓지 않는데다 요즘은 현금마저 받지 않고 QR코드로 결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중국에서는 과일이나 양꼬치 같은 먹거리 간식을 파는 길거리 노점상까지 모두 ‘QR코드’만 붙여놓고 있다. 간혹 현금을 받지만 현지인들은 99% 휴대폰으로 결제를 한다. 간혹 현금을 내미는 사람들은 영락없이 외국인이거나 여행객이다. 2018년 한 대 동안 중국에서 결제된 오프라인 QR코드 결제액은 무려 21.4조 위안(元)에 이른다.
하긴 요즘 중국의 공항마다 공항대기실에는 안마의자가 설치되어있는데, 의자 옆에 QR코드가 찍혀있었다. 음료수 자판기 역시 동전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새로 설치하는 기기는 위챗페이나 알리페이로만 결제되고 있다. 위챗페이없이는 길거리 음식을 사먹을 수도 없고 편의점에서 아무 것도 살 수 없는 황당한 경우를 적지않게 겪기도 한다. 물론 좀 더 규모가 큰 상점이나 마트 등에서는 아직도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있고 현금을 받고 있다. 액수의 제한이 없고 위챗 사용자들끼지 ‘세뱃돈‘같은 홍바오(红包)를 보내는 기능이 있어서 뇌물을 주는 통로로 이용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신용카드 보급률이 10%가 되지도 않던 중국사회가 어느 날 갑자가 우리나라보다 더 급속하게 모바일결제 세상으로 바뀐 이유는 무엇일까?
이전부터 중국은 진짜같은 ‘짝퉁’과 유사제품으로 악명을 떨치던 나라였다. 그래서 지폐 역시 최고액인 ‘100위안짜리’는 손님이 건네자마자 손으로 만져보고 불빛에 비쳐보는 등 위조지폐여부를 감별하는 게 일상이었다.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불신의 세상에서 신용카드가 폭넓게 보급되는 것도 난망했다. 위챗페이와 알리페이는 그런 중국인의 결제불신을 해결하는 최적의 시스템으로 등장한 것이다. 모바일페이는 자신의 은행계좌나 신용카드를 페이와 연결해서 충전을 하거나 계좌에서 인출하는 시스템으로 위폐를 감별할 필요도 없이 결제를 할 수 있어 중국인의 과거 ‘은(銀)본위’신용사회와 딱 맞아떨어지는 시스템이었다.
신용카드를 통한 신용사회 정착단계를 뛰어넘는 획기적인 시스템인 셈이다.
이제 중국여행을 계획하는 당신. 구글플레이나 앱스토어를 열어 위챗(앱)을 먼저 설치하라. 그리고 중국을 잘 아는 지인의 도움을 받아 위챗페이 계정까지 확보하라. 그러면 중국여행은 물론 중국사업의 첫걸음이 순조로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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