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 남구 오천지역 주민들이 추진하고 있는 지역구 시의원 주민소환이 지역은 물론 전국적인 관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포항시 오천읍 주민으로 구성된 ‘오천 SRF(생활폐기물에너지화시설) 반대 어머니회’는 집회와 기자회견 등을 통해 SRF 운영에 따른 악취와 오염물질 배출에 대한 고통을 호소해 왔다. 이들은 이 과정에서 시의원들이 지역의 현안문제를 제기하는 주민들을 돕지 않고 방관하고 있다면서 이나겸·박정호 시의원에 대한 소환절차에 들어갔고, 주민소환 투표를 청구하기 위한 서명부를 지난달 30일 포항남구선거관리위원회위에 제출했다.

선관위가 수작업으로 인명부를 확인한 결과, 이나겸 시의원에 1만1223명, 박정호 시의원에 1만1195명이 주민소환 투표에 각각 서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민소환투표 발의요건인 오천지역 유권자수 4만3463명의 20%인 8천693명을 넘긴 수치이다. 정상적인 일정대로라면 오는 12월 18일께 주민소환 투표가 있을 예정으로 오천지역 유권자의 1/3 이상이 참여하고, 유효투표 총수의 과반 여부에 따라 의원직 상실이 결정된다.

문제는 주민소환이 SRF 중단을 요구하는 주민들의 입장에 소극적이라는 이유로 시작됐다는 점이다. 당사자들이 법위반 행위를 했거나 시의원직을 유지하지 못할 정도의 건강상태라든지 주민소환을 당할 만한 명확한 이유가 없는 데도 말이다. 이를 입증하듯 또 다른 주민들은 주민소환이 주민 간의 갈등만 부추기고 지역 이미지만 손상된다며 반대하고 나섰다. 좁은 지역에서 주민간 갈등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재정 부담이다. 주민소환 투표 비용은 전액 포항시 부담이다. 1차로 2억7천만원이 벌써 선관위에 지급됐고, 투표가 진행되면 추가로 3억원이 더 들어가 모두 6억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거액의 포항시민 혈세가 오천지역 주민소환에 사용되는 꼴이다. 전국적으로는 주민소환제도가 시행된 2007년 7월 이후 93차례 주민소환이 추진됐지만 실제 투표가 실시된 것은 8차례에 불과하고, 소환이 이뤄진 사례는 하남시의원 2명뿐이었다. 이번에도 주민소환투표가 부결된다면 시민혈세만 낭비하는 셈이 된다.

93번의 주민소환 사례 중에서 85번은 첫 단계인 서명 작업에서 중단됐고, 나머지는 서명부 열람과정에서 자신의 이름이 노출될까봐 서명부에서 이름을 삭제해달라는 요청이 많아 무산되기도 했다. 이번 경우처럼 20%를 넘기며 주민소환 투표의 발의요건을 충족시킨다하더라도 누가 찬성했는지 서명부가 공개되면 주민간 갈등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제 주민소환만이 능사일까라는 의문을 가져야 할 때다.
저작권자 © 대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