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문명 만능주의가 팽배해지고 있는 현실 속에서 우리 전통 문화예술의 전승발전을 위해 우리 고유의 소중한 정신문화가 깃들어 있는 무형문화재와 그 전승자를 조명한다.

@ 무형문화재는 인류의 정신적인 창조와 보존해야 할 음악ㆍ무용ㆍ연극ㆍ공예기술 및 놀이 등 물질적으로 정지시켜 보존할 수 없는 문화재 전반을 가리킨다. 무형문화재 가운데 보존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는 기능 및 예능에 대해서는 ‘문화재보호법’에 의거하여 문화재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지정 보호하고 있다. 이의 지정은 형태가 없는 기능 또는 예능이기 때문에 이를 보유한 자연인이 그 대상이 된다.

무형문화재에는 국가지정 무형문화재와 시ㆍ도 지정 무형문화재가 있다. 문화재보호법에서는 문화재청장이 무형문화재 중 중요하다고 인정되는 것을 자문기관인 문화재위원회의 심사와 토의를 거쳐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 택견이란
유연하고 율동적인 춤과 같은 동작으로 상대를 공격하거나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는 한국의 전통 무술이다. 택견 특유의 꿈틀거리는 곡선적인 동작은 때때로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이러한 면 때문인지 어떤 이는 택견이 춤인지 무술인지 궁금해 하기도 한다. 그러나 전수자에 내재된 에너지는 엄청난 유연성과 힘으로 나타날 수 있다. 택견은 한국의 토착 무술로, 보기에는 정적이고 품위 있으나, 활력이 넘치며 심지어 치명적이다.

우리 민족이 언제부터 택견을 수련해 왔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으나, 삼국시대부터 행해졌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1921년 최영년 ‘해동죽기(海東竹枝)’의 '탁견희(托肩戱)'와 ‘코리언 게임스(Korean Games, 1895 Stewart Culin)’의 ‘택견하기'의 기록은 택견 경기 방법을 간략하지만 구체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이렇게 문헌상 기록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는 택견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자취를 잃고 말았다. 이런 가운데 다행히 조선 말기의 택견꾼 송덕기(宋德基)가 유일하게 생존하여 택견의 맥을 이을 수 있었다.

그러나 광복 이후 택견은 일본 무술들이 토착화하는 여세에 뒷전으로 밀려났다. 더욱이 6. 25전쟁 이후에 만들어진 태권도가 택견의 전통을 계승했다는 명분을 주장함으로써 1970년대 이후에는 태권도와 택견이 동일한 것으로 잘못 알려지기까지 하였다. 그러나 택견과 태권도는 역사적·기술적으로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별개의 것이다.

민간에서 행하여진 택견은 1년 내내 하는 것이 아니라, 주로 단오를 앞두고 보름이나 열흘 동안 진행되었다. 단옷날 밤 한 머리에서는 그네를 뛰고 다른 한 머리에서는 택견을 하는데, 동네와 동네가 패를 지어 시합하는 수가 많았다.

계곡을 흐르는 물과 숲을 스쳐가는 바람처럼 택견의 기본 동작은 자연 그대로를 닮았다. 택견의 첫걸음은 ‘품밟기’에서부터 시작된다. 양발을 삼각형 모양으로 교차하여 몸에 리듬을 불러일으키는 자세인 품밟기는 공격과 방어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택견의 기본자세다.

발을 리듬을 타는 동안 두 팔은 원형의 선을 그리는 ‘활갯짓’을 한다. 이는 상대방의 시야를 흐리게 하는 동시에 역시 공격과 방어를 자유로이 할 수 있게 하는 자세다. 품밟기와 활갯짓. 이 두 자세로 인한 독특한 몸놀림과 섬세하고 부드러운 곡선이 바로 택견의 특징이다.

이 같은 택견은 주도권을 장악하는 바로 그 순간까지 상대를 배려할 것을 가르친다는 점에서 보기 드문 무술이다. 택견은 공격보다는 수비 기술을 더 많이 가르친다. 숙련된 택견 전수자는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신속히 상대를 제압할 수 있고, 심지어 상해를 입히지 않고도 상대를 물러나게 하는 법을 안다. 이러한 점은 여느 격투 스포츠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개념이다. 그러나 택견은 이 모두를 가능케 한다.

택견은 자신보다 상대를, 개인보다 집단을 배려하도록 가르치는 경이로운 스포츠이다. 동작은 직선적이고 뻣뻣하기보다는 부드럽고 곡선을 그리듯 하지만, 전수자를 천천히 그러나 강력히 유도하는 힘이 있다. 숙련된 택견 전수자의 우아한 몸놀림은 한 마리의 학 같지만, 탄력적인 공격 기술은 매와 같이 빠르고 강력하다.

1983년 국가무형문화재 제76호로 지정되었으며 1990년대 들어 생활체육으로 널리 보급되기 시작하였고, 2011년 11월 28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입문하게 된 계기
민족의 상고사에 깊이 빠져 환단고기를 끼고 다니며, 여러 운동을 좋아하던 국문과 대학생에게 고운 흰 한복을 입고 때론 날카롭게, 때론 우아하게 움직이던 우리의 무예는 당시 유행하던 영화 ‘천장지구’의 유덕화보다 더 멋있게 보였다. 그렇게 시작한 운동이 취미가 되고, 특기가 되고, 20년 째 직업이 되었고, 이제는 스승 같은 친구가 되었다.

*손상호 이수자에게 택견이란
때로는 너무 익숙하고, 때로는 이기고 싶기도 하고, 때론 그로 인해 위로가 되기도 하고, 그로 인해 힘들기도 하며, 늘 함께하며, 사랑하는 대상이다.

*택견을 하면서 보람되고 기뻤던 일
저는 택견을 전수하며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하는 것을 최고의 수련가치로 삼고 있다. 택견을 통해 몸과 마음을 수련함에 제가 지도해준 가치보다 더 크게 돌려받고, 고마워하는 제자들이 찾아와 지난 일을 이야기 나눌 때가 참 보람스럽다.

또 포항시택견협회의 실무를 맡아 특수분야 교원직무연수, 포항시민과 함께하는 택견한마당, 찾아가는 택견콘서트, 포항시장기 택견전승대회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주위 여러분의 도움으로 행사을 하나하나 이어가며 지역에서 택견의 명맥을 이어간다는 자부심을 지켜갈 수 있음에 보람을 느낀다.

그리고 올해 (사)한국택견협회에서는 택견을 정립해 국가무형문화재로 등재한 고 신한승 선생님을 기려 ‘청년 신한승 상’을 제정했는데 그 첫 수상자로 제가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가장 존경하는 택견꾼의 이름으로 주는 상이어서 참으로 보람되는 순간이었다.

*에피소드
2013년 택견이 세계 무술 중 최초로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가 되어 지역 내에서도 많은 공연을 했다. 그러던 중 유형문화재의 보고인 박물관에서 무형의 꽃을 피우자는 생각에 지역에 있는 국립박물관에 무료공연을 신청했으나 거절을 당했다. 내부사정이야 있었겠지만 참 아쉬웠다.
그리고 두 달 후 나는 (사)한국택견협회의 유럽순회 홍보공연단으로 선발되어 각국에서 공연했다. 그 중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에서의 무척 쉽게 성사된 게릴라공연, 매우 복잡한 마음으로 했던 그 공연을 잊을 수 없다.
불과 두 달 전 공연 거절 상황이 떠올라 벅차고 안타까움이 뒤섞여 마음이 복잡했으나, 푸른 눈의 관객들이 주는 환호에 높이 뛰어올라 차는 '두발낭상'이라는 발차기를 그렇게 높이 찬 적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듯하다.

*무형문화재에 대해 시민에게 바라는 점
세대를 거쳐 이어온 것 중에 현세대에 향유되고 있으며, 후대에 이을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을 우리는 문화재라고 한다. 오래되어서 좋던 좋아서 오래되었던 간에 누군가는 우리의 문화재를 지키고 이어가야 한다.
우리 포항시무형문화재이수자협회의 회원들이 그 누군가가 되겠다. 그저 한 번 살펴봐주고, 그저 한 번 박수쳐 주면 우리의 순수한 열정으로 우리 문화재를 지켜가는 큰 힘을 이끌어 내겠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포부
지난 시간 운이 좋아서, 또 많은 분의 도움으로 17년간 쉬지 않고 택견전수관을 이어올 수 있었다. 그동안 나름 굳은 택견꾼이 되고자 노력했다. 앞으로 20년 후에도 더 굳고 단단한 택견꾼이 되고 싶다.
앞으로도 공부하고 땀 흘리는 택견전수관장으로 언제나 7살 어린이와 70세의 어르신 앞에서 서서 ‘이크,에크’ 기합을 넣으며 품밟기·활개짓을 함께 하고 싶다.

*주요 경력
2003년 착한택견전수관 개관
2013년 국가무형문화재 제76호 택견 이수자 선정
2016년 (사)한국택견협회 경상북도지부 지부장
2016년 포항시 택견협회 실무부회장
2018년 자랑스런 무예인(국가무형문화재 전통무예) 선정
2018년 포항시 무형문화재이수자협회 회장
2019년 (사)한국택견협회 상벌위원회 위원
2019년 청년 (택견을 정립해 국가무형문화재로 등재한)신한승 상 수상


◎포항시무형문화재이수자협회
포항시무형문화재이수자협회는 12회 일월문화재(2017년)에서 ‘이수자전’을 작은 규모로 시작한 것을 계기로 포항지역에서 활동하는 무형문화재 전승자의 단체로 싹을 틔웠다.

그 후 2018년 단체 등록을 하고 제가 회장의 직을 맡아 올해 5월 ‘포항 이수자전’을 열었다. 덜컥 날을 잡고 판을 벌린 나이 어린 회장을 우리 회원들께서 잘 이끌어주셔서 감격스런 ‘포항 이수자전’ 행사를 잘 치렀고, 포항시무형문화재이수자협회의 첫 출발을 멋지게 알렸다.

그리고 2019년 10월 5일 13회 일월문화재에서 포항문화재단의 협조를 얻어 무형문화재 특집행사인 ‘일월풍류’를 펼쳤다. 포항 지역에서 인식이 미미했던 무형문화재의 꽃을 하나 둘 피워가고 있다.

현재 포항시무형문화재이수자협회는 기능종목에 궁시장, 침선장, 각자장, 자수장 등 4종목의 보유자 및 이수자가 있고, 예능종목에 가야금병창, 살풀이춤, 대금정악, 서도소리, 가곡, 판소리, 고법, 천왕메기, 택견 등 9종목의 전수조교, 이수자가 함께하고 있다. 권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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