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일 수필가

얼마전 생일이었다. 그런데 나는 생일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다. 내가 무슨 대단한 사람도 아니고 또한 하루하루가 모두 중요하지 생일이라고 특별히 의미를 부여하진 않았다. 바쁜 생활에 별도의 생일 이벤트를 하지 못했다.
하지만 생일이 아닌 것으로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다. 여러 사람에게 축하를 받았기 때문이다. 내가 가입한 SNS에 생일축하 메시지가 뜬 것이다. 성의를 생각해서 일일이 감사하는 답글을 달아야 했다.
요즘은 SNS에 가입할 때 의도적으로 생일을 기록하지 않는다. 하지만 옛날에 가입한 SNS에 기록된 생일 정보를 본 사람들이 축하하는 댓글을 달았던 것이다. 큰 의미는 없더라도 그냥 넘어가면 성의 없는 사람이 되고 만다.

예전에는 가족이 아니라면 아주 특별한 사이에서만 하는 생일축하도 요즘은 SNS를 통해 쉽게 하게 된다. 특별히 그동안 연락을 않하고 지내다가 뜬금없이 연락하기 머슥한 사람에게 생일을 핑계로 안부를 묻게 되는 효과도 있다. 이런 소소한 성의를 보여줄 수 있는 것이 SNS의 이점이다.
이런 면에서 SNS는 좋은 도구이지만 한편으로는 부담이 되기도 한다. 일일이 대응하려니 시간이 빼앗기고 그렇다고 무시할 수도 없는 계륵이 되기도 한다. SNS 활동을 하는 사람으로서 SNS 현상을 생각해 보았다.

SNS를 통해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인간관계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오프라인에서 사귈 수 있는 사람보다 훨씬 많은 사람과 SNS를 통하여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SNS에서는 소프트한 대화가 이루어진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는 다양하고 부담없는 소통이 가능하다. 대면하기 어려운 사람과도 대화를 한다.
일을 할 때에도 아주 빠르게 의사전달을 할 수 있다. 사람을 불러 모을 필요도 없이 손가락만 부지런하면 지시나 보고를 할 수 있어 효과가 좋다.

또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특히 비공식 정보를 얻는데 아주 유용하다. 과거에 조직 안에서 힘을 얻으려면 복도통신에 능해야 했다. 인사동향이라든가 개인의 비리에 대한 소식은 복도통신을 통해 유포되었다. 마찬가지로 이제 사이버 공간에서 SNS로 소통되는 정보에 능해야 한다.
최근 현대인이 접하는 정보가 급증했다. 옛날에는 정보를 단순히 얻기만 한 사람들이 생산자가 되어 정보를 양산하고 있다. 이런 정보가 유통되는 곳이 SNS다.
모두 유용한 정보는 아니다. 출처불명의 첩보도 많다. 검증없는 정보는 그냥 믿어서는 안된다. 쓰레기 정보가 많다. 그러나 이런 정보를 놓치면 무엇인가 소외되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기계를 통한 관계라는 한계가 존재한다. 대부분 SNS에서는 오프라인 대면에 비해 느슨한 태도를 보인다. 사이버 예절에 익숙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이 때문에 상처를 받는 사람이 많다.
그리고 SNS에 집착하면서 시간을 많이 빼앗기고 다른 일에 소홀하게 된다. 몇천명씩 관계를 맺는 사람이 어떻게 유지하는지 신기하기도 하다.
SNS 때문에 다른 관계는 단절되기도 한다. 정작 중요한 주변사람에 대한 관리를 하지 못하는 것이다. SNS가 멀리 있는 사람은 가깝게 만들지만 가까운 사람은 오히려 멀어지게 만든다는 말도 있다.
친한 사람 몇명으로부터는 생일축하를 받지 못했다. SNS를 공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인들 중 SNS와 담쌓고 지내는 사람이 몇 명 있다. 옛날에는 e-mail로 연락을 취하곤 했었는데 SNS를 하면서 연락이 끊어졌다,

이제 SNS 피로증을 호소하는 사람도 나타나고 있다. 남과 비교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SNS에 나타난 과장되고 왜곡된 남의 모습에 비해 자신은 초라하고 불행한 것처럼 착각하면서 열등감과 무기력감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한글 워드로 SNS란 글자를 치다보면 자꾸만 눈이라는 글자로 바뀐다. SNS가 눈의 역할을 하는가 보다. 눈의 목적 중에는 감시의 목적도 있다. 감시를 받는 것도 감시를 하는 것도 모두 피곤하다. 피곤하면 가장 먼저 눈부터 감는다. SNS를 끊어버리면 이런 피곤함에서 해방될 수 있다.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SNS를 하는 시간이 오히려 필리핀이나 브라질 같은 개발도상국가 보다 적다고 한다. 대체로 선진국일수록 SNS에 시간투자를 적게 한다. 아마도 이런 피곤함 때문에 더 이상 늘어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러나 나로서는 피곤하다고 아예 안볼 수는 없다. 오늘도 SNS를 살펴보며 하루를 시작한다. 어찌되었든 이제 SNS가 하나의 삶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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