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당정 협의를 열어 내년 예산안에 대해 논의한 결과 확장적 기조로 편성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한다. 민주당의 요구수준은 530조원으로, 올해 예산 469조원 대비 12.9% 늘어난 수치다. 2011년 300조원을 돌파한 정부 예산이 400조원이 되기까지 6년이 걸렸는데, 문재인 정부는 400조원에 물려받은 예산을 3년 만에 100조원 이상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는 전임 정부 8년간 늘어난 예산 130조원에 육박하는 규모다.

민주당이 예산을 크게 늘려야 한다는 이유는 경기 대응과 혁신성장 때문으로 알려졌다. 성장률과 일자리, 수출 등 주요 거시지표가 매우 안 좋게 나타나고 있어 재정을 풀어 경기를 살려야 한다는 논리이다. 민주당이 요구한 만큼 늘어나기는 쉽지 않겠지만 경기가 어렵고 특히 일본과의 경제전쟁이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확장적 예산편성은 불가피해 보인다. 주력 제조업의 소재·부품 일본 의존도를 낮추는 데만도 2조원 이상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예산은 곧 국민세금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재정건전성을 철저히 관리하지 않으면 2020년까지 40%를 넘지 않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2030년 50%를 넘어설 것이라는 경고를 보낸 바 있다.

정부 예산은 한 나라의 살림살이로 경제는 물론이고, 복지와 교육, 연구개발(R&D), 국방 등 모든 분야에 영향을 준다. 각 지역의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이나 지자체, 저소득층에 대한 각종 지원도 정부 예산에서 나오기 때문에 지역구 예산에 민감한 정치와도 뗄 수 없는 관계다. 여당은 늘 예산을 많이 배정해서 쓰자고 주장하고, 야당에서는 예산이 여당에 유리하게 쓰이는 일이 빈번하다며 삭감을 요구한다. 예산을 짜야 하는 정부 부처는 함부로 예산을 편성하면 재정운용에 부담이 되기 때문에 방어하는 자세를 취하곤 한다.

정부가 돈을 많이 풀면 이 돈이 마중물이 되어 기업이 활력을 갖는 데 도움이 되고 어려운 이웃들에게 한 푼이라도 더 돈을 지원할 수 있게 된다. 경기침체나 하강기에 확장재정을 펴는 것은 교과서적 선택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재원이다. 정부가 세법개정안을 만들면서 밝힌 자료를 보면 올해 조세수입은 올해 예산과 비슷한 수준이며, 내년에는 세수가 수천억 원 감소할 전망이다. 예산으로 쓰는 규모만큼 돈이 안 들어온다는 뜻이다. 이 경우는 국채를 발행해 외부에서 돈을 끌어다 써야 한다. 세입이 주는데 지출을 늘려 쌓인 빚은 오로지 미래 세대의 부담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재정확대가 경기활성화에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재정은 초기에 민간투자를 이끌어내는 잠깐 효과 정도만 기대할 수 있다. 민간투자를 오히려 둔화시킬 수도 있다. 무리한 예산 증액은 국민부담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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