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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변화하는 사회와 고등교육

기사승인 2019.07.11  20:4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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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호 울산발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공부는 지식이나 기술을 배우고 익히는 것이다. 지식이나 기술을 배우고 익힌다는 의미로 보면 내가 알지 못하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거나 잘못 알고 있는 것을 바로 알게 되는 것이니 이를 마다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문제는 과정이나 방법이다. 새로운 지식이나 기술을 배우고 익히는 과정이나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다. 현재의 지식과 기술을 알게 하는 것보다 알아야 하는 이유를 통해 흥미를 생긴다면 더 많은 학습 효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흥미만 있다면 스스로 공부할 수 있고 학습할 수 있는 밑바탕이 이뤄진 것이기 때문이다.

2018년 국가통계포털에 나타난 자료에 의하면 중·고등학교 재학생 가운데 '공부하는 것이 재미있어서 공부한다'는 긍정적인 응답은 17.9%다. 부정적인 응답은 43.1%다. 어쩌면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조사결과일 수 있다.

학부모는 내 아이가 17.9% 내에 들어가기를 희망한다. 주어진 제도에 맞춰 충실히 주어진 교과 과정을 학습하기를 바란다. 흥미나 동기 부여도 현재의 주어진 사회 여건에 맞춰 공부한 것 내에서 결정하도록 그들을 설득하는 것이 부모가 할 수 있는 전부다. 입시가 지상 최대의 과제이고 중·고등학생들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처럼 분위기가 조성된 시점에서 공부하고 학습해야 할 이유들은 단지 '그렇게 하면 잘 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작 현실은 전공과정을 학습하고 취업을 하게 되면 내가 공부한 것과 비슷하거나 일치하는 정도는 채 30%에도 미치지 못한다.

변화가 그렇게 크지 않던 시대는 우리가 배우고 익혀야 할 것들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다. 나이 많은 사람의 경험이 바로 지식이었던 사회에서는 배우고 익혀야 할 내용이 어렵다거나 복잡하지 않았다. 그러나 시대가 복잡하게 변하면서 배우고 익혀야 할 것들이 많아지게 되면서 반드시 알아야 할 공통의 과정을 추출해 내는 것도 쉽지 않게 되었다. 설사 공통의 과정을 마련했다 하더라도 더 중요하고 생활에 밀접한 내용들이 등장하면서 애써 마련한 공통의 과정을 또 바꿔야 한다.

자고 일어나면 새롭게 나타나고 만들어지고 바뀌는 가운데 흥미롭게 내게 맞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한다. 정형화된 형태의 학습 패턴도 그런 식으로 굳어지게 됨으로써 진정 가정과 학교에서 배워야 할 가장 중요한 인성이나 상대방에 대한 배려도 잊은 채 더 나은 발전을 위한 '경쟁'이 아닌 상대방을 이겨야 하는 '전쟁'으로 바뀌게 된다. 이상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학교는 사회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본적인 지식과 기술을 갖추게 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교양인이 되도록 하는 학습의 장이어야 한다.

흥미를 갖고 배운 바를 바탕으로 응용하고 현재보다 더 편리하고 새롭고 좋은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은 고등교육의 역할이다. 지금까지 고등교육은 대부분 대학에서 맡아 왔다. 주로 20세 초반에서 중반 사이의 청년을 대상으로 어떤 분야에 대해 심도 있게 지식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현실에서 고등교육은 일회성에 그친다. 주어진 기간의 학점을 이수하고 학교를 졸업하면 더 이상 자신에게 필요한 내용에 대한 애프터서비스는 없다.

4차 산업 시대를 맞춰 나갈 새로운 기술을 발전시키고 응용하거나 바뀐 제도를 이해하고 새롭게 시스템을 고안해내고 적용하는 것은 오로지 개인의 몫이다. 오늘날 교육시스템은 변화하는 과정 속에 있다. 이른바 패러다임의 전환기에 서 있는 셈이다.

내가 과거에 행한 학력보다는 '실질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더 주된 초점이 주어지는 시대가 도래했다. 고등교육은 청·중·노년 할 것 없이 모든 세대에서 발생한다. 고등교육은 청년층에게는 새로운 것을 접하게 하고 자신에게 흥미를 주는 것을 찾아 앞으로의 사회 변화에 어떻게 적용할지에 대한 길을 터 주는 시스템으로 변모해야 한다.

중·장년층에게는 사회 변화를 읽고 자신이 배운 것을 새롭게 다질 수 있도록 하며 산업 구조의 변화로 인해 자신에게 적합한 교육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노년층에게는 본인이 흥미롭게 인생을 재설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게 해 주고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설계를 도울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더불어 교육비를 최소화할 수 있으면 더욱 좋겠다.

새로운 산업구조에 맞는 교육 내용과 전 생애에 걸친 누구나 선택 가능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교육비가 별로 들지 않는 형태의 고등교육기관이 있다면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교육에 대한 고민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대경일보 webmaster@dkilbo.com

<저작권자 © 대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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