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문 한동대 교수

요즈음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일몰제’ 관련하여 전국의 많은 도시들이 이에 대한 대비를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중 대부분은 미집행 도시공원이고, 필자가 거주하는 포항시에서도 이러한 미집행 도시공원들이 여럿 있어서 이를 유지·조성하기 위해 지난 수년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장기미집행 해소차원도 있지만 일몰제 시행으로 인한 무분별한 도시계획시설 지정을 막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은 국토의 65~70%가 산지이기 때문에 대도시라 하더라도 인근에 아름다운 구릉이나 수림 우거진 산들이 존재한다. 국토 넓은 국가의 도시들에서는 보기 드믄 풍경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국의 도시내부에서는 막상 공원이나 녹지대가 드물고 건물과 아스팔트로 뒤덮이게 되어 혼잡은 말할 것 없고 ‘도시열섬현상’이 심각한 경우가 많다. 제대로된 계획없이 도시가 성장해온 경우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고 개발사업들이 사업성 위주로 흘러가다보니 공원이나 녹지대 확보가 쉽지 않은 것이다.

도심에 공원과 녹지대가 필요하고 이를 녹지축으로 연계시킬 방안이 필요하다. 건물과 건물 사이의 빈터도 주차장만이 아니라 녹지대로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이러한 도시공원은 건물과 건물 사이에 여유를 마련하여 바람이 통과하고, 시야를 터주며, 다양한 토지이용상의 마찰을 막는 완충지 역할을 하며, 도시를 아름답게 꾸며주고, 시민들의 휴식 및 체육공간이 되어주고, 또한 산소를 공급하고 미세먼지를 줄여줄 것이다.

아무튼 여러 이유에서 도시에는 공원이 필요하다. 큰 공원도 필요하고 작은 공원도 필요하다. 필자는 이틀에 한 번 정도는 집 근처의 아주 작은 ‘쌈지공원’에 들러서 잠시 운동기구를 타거나 주변을 걷기도 한다. 물론 한 달에 한두 번은 운전하여 5~6분 거리인 바닷가에 위치한 큰 규모의 도시공원에 가서 걷기도 하고 그곳에 있는 시립미술관에 들르기도 한다. 아이들이 다 컸지만 어렸다면 매 주말 이곳에 가서 공 던지기도 할 것이다.

포항에는 장기미집행 도시공원이 여럿이고 면적 또한 방대해서 이를 공원으로 조성하면 1인당 공원 면적이 20㎡를 넘는다고 한다. 하지만 도시계획일몰제로 이를 조성하지 못하게 되면 1인당 공원면적이 현재의 7㎡ 수준을 유지하는 수밖에 없다고 한다. 물론 이러한 공원면적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시민들이 제대로 활용 할 수 있는 대소 도시공원들이 주변에 존재하는 것이다.

포항시의 도심인근과 교외구릉들에는 많은 시민들이 운동 차 찾는 숲길들이 많이 나있다. 이곳들은 공원이 아니고 자연녹지이자 수림대이다. 이곳 토지 주인도 시유지나 국유지 일수도 있지만 대부분 민간소유이다. 한국인들은 국내는 물론이고 국외로도 등산복 갖추고 트래킹을 많이 가는데, 포항시 근교도 마찬가지이다. 건강관리를 위해서 인근 산들을 찾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민간소유의 산들은 언제라도 주인이 자연발생적인 숲길을 막을 수 있다. 또한 지나친 트래킹 인파는 이곳 생태계를 크게 파괴 할 수 있다. 사실 필자가 거주하는 동네 인근 구릉들이나 수목지대를 보면 소나무 우거진 사이사이를 많은 이들이 다니고 있고 자주 새 길들이 형성된다. 따라서 조그만 식물들이 자라나기 힘들고 작은 짐승들도 영역을 잃게 될 것이다. 따라서 시민들을 위해서도 생태계 보호를 위해서도 좋은 방법은 도시공원을 여럿 조성하고 다양한 시설들을 도입하여 이곳을 주로 이용하게 하는 것이다. 또한 그린웨이 등 시차원에서 개발된 트래킹코스가 아니라면 교외지역의 저절로 형성된 비공식적인 트래킹코스는 오히려 줄이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국가에서 내려진 지침에 따라 포항시는 장기미집행 공원지역들을 민관합작 내지 민자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민간기업이 20~30%는 아파트 등으로 개발하고 나머지 70~80%는 공원으로 개발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경제 위축된 지방도시인 포항시의 상황에서 민간기업이 개발이익을 제대로 확보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주택시장이 침체되어 있고 미분양 아파트들이 크게 존재하는 상황에서 수천유닛의 아파트를 새로 지어야 한다면 수익성면에서도, 그 형태·배치 면에서도, 시민들의 반응 면에서도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고 본다.

그렇다면 이러한 공원조성을 국가에서 100% 지원해 줄 방법은 없는가? 우리의 상황에서 그렇지 못하다고 보나, 중앙정부에서 어느 정도 보조해준다면 지자체에서는 민자를 유치하든 채권을 발행해서든 시행 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 시민의 입장에서 필자도 포항시의 도시공원 면적이 확대되기를 바라고 있다. 도시외곽보다는 도심에 되도록 좀 더 여럿의 공원시설이 넓게 자리 잡기를 바라고 있다. 미국의 ‘얼바인시’ 같이 전체 도심면적 중 공원이 40%는 못되더라도 20% 정도 된다면 매우 좋을 것 같다. 포항시가 폐철도 그린웨이 개발을 통해 녹지대확보 및 도시브랜드화를 꾀하고 있지만 이번 장기미집행 도시공원들도 좀 파격적인 전략을 써서라도 잘 개발 할 수 있도록 하여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은 물론이고 도시이미지와 브랜드를 제고 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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