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U-20 남자축구 대표팀이 새로운 역사를 썼다. U-20 월드컵 결승에서 우크라이나에게 져 준우승에 그쳐 아쉬움은 있었지만 국민들에게 큰 기쁨과 즐거움을 줬다.
U-20 축구대표팀은 16일(한국시간) 폴란드 우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와의 결승전에서 1대3으로 석패했다. 대표팀은 한국 남자축구 사상 첫 FIFA 주관 대회 결승 진출에 이어 역대 최고 성적인 준우승을 차지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한국 남자축구가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세계대회와 올림픽을 통틀어 준우승을 차지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1983년 멕시코 세계청소년축구대회 4강과 23세 이하 대표팀의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도 넘어섰다. 또 골든볼을 차지한 약관 18세의 이강인 선수도 자랑스럽다.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포르투갈, 아르헨티나,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함께 ‘죽음의 조’에 속해 힘든 여정을 시작했다. 세네갈과 치른 8강전은 말 그대로 각본 없는 드라마였다. 후반 종료 직전 세네갈에 3-3 동점 골을 허용하고 연장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다. 역전에 역전이 이어지면서 매 순간 손에 땀을 쥐게 했다. 하이라이트는 승부차기였다. 우리 팀 선수 2명이 잇따라 실축했어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극적으로 승리하는 드라마를 연출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준결승을 이룬 데엔 정정용 감독부터 가장 나이 어린 이강인 선수, 수문장 이광연 선수의 선방쇼까지 ‘하나의 팀’으로 단합을 이룬 게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유소년 축구 전문 지도자인 정정용 감독의 ‘팔색조 전략’과 용병술이 빛났다. 서두르지 않고 후반전에 승부를 거는 냉정한 전략이나 상대에 맞춰 다양하게 구사하는 정교한 전술이 돋보였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평가할 만한 것은 ‘원팀’을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하나’라는 믿음으로 단단하게 묶여 단합을 이룬 것이 큰 힘이 됐다고 선수들은 말한다.
“선수들의 발전하는 모습에 저도 사실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다. 우리 선수들이 앞으로 5년, 10년 안에 자기 포지션에서 최고의 자리에 있을 거라 생각한다. 앞으로 충분히 기대되는 선수들이다” 정 감독의 말대로 큰 무대를 경험한 청소년 선수들이 그에 걸맞게 성장하길 바란다. 또 한국 축구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스포츠는 국민에게 희망과 꿈을 불어넣어 주는 에너지가 있다. 민생을 외면한 채 끝없는 공전을 계속하고 있는 국회, 주름살을 펴기 어려운 답답한 경제 현실에서 대표팀은 국민들에게 큰 희망과 위로를 줬다. 이제 우리가 그들로부터 받은 감동을 격려로 되돌려 줄 차례다. 나라가 안팎으로 힘들고, 삶이 고단해도 ‘우리는 하나’라는 자세로 이겨내는 에너지로 삼아야겠다. 한국 축구의 새 역사를 쓴 대표팀에게 찬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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