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단체 중심 무궁화심기 활발 “지자체 차원 지원 필요”

무궁화사랑중앙회 포항지회, 형산강 무궁화동산 조성 필요

“학교에서도 우리나라 꽃이 무궁화라고 말은 하면서도 무궁화가 없다 . 무궁화를 보고 접시꽃이라고 하는 학생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무궁화사랑회 포항지회 이춘덕 회장의 말이다.

호국영령의 달을 맞아 나라 사랑하는 애국심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 민족과 함께 이 땅을 지켜 온 무궁화를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한 시민단체로부터 나오고 있다.

이미 다른 지자체에서는 국 도비 예산을 들여 대대적인 무궁화동산을 조성하는 등 무궁화 보급에 심혈을 기울여 오고 있다. 하지만 포항은 아직 이러한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포항시는 형산강 주위에 외래종인 장미와 코스모스 등을 심은 단지를 조성해 시민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무궁화보급에 앞장서 온 지역 민간단체들은 포항에서도 무궁화 보급을 위한 예산지원과 무궁화 심기 행사 지원 등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제시대 무궁화는 우리민족의 자긍심이고 광복이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화의 자리에 올랐다. 국회의원 배지도 무궁화이고, 치안 질서유지를 하는 경찰 계급장에도 무궁화가 있다. 하지만 나라 꽃 무궁화가 자취를 감추고 있다. 집집마다 담장을 지키던 무궁화는 찾아보기 힘들어 졌고, 그 자리엔 장미와 코스모스 등 외래종이 차지하고 있다.

이에 외래종에 밀려난 무궁화를 공식적으로 국화로 지정하자는 운동이 무궁화사랑회를 중심으로 일고 있다. 무궁화가 국화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이에 대한 명문화된 규정은 없다. 단지 관습적으로 국화로서 지위를 갖고 있을 뿐이다.

‘무궁화 국화지정 운동’은 오랜 세월 우리 민족과 함께한 나라꽃 무궁화가 국가 차원에서 관리되고, 보급될 수 있길 바라는 국민들의 염원을 담고 있다.

본지는 창간 13주년을 맞아 태극기, 애국가와 더불어 우리나라를 대표하고 관습적으로나마 국화의 위치에 있는 무궁화를 새롭게 조명해 보는 자리를 가졌다. <편집자 주>

◇외래종에 밀려난 무궁화

나라를 지키다 숨진 호국 영령들을 위한 행사가 최근 도심에서 열렸다. 행사장 주위에는 나라 꽃 무궁화는 찾기 힘들었고, 거리에는 온통 벚나무로 가득했다는 게 행사에 참여한 한 시민의 말이다.

사실 벚꽃은 일본의 국화로 알려져 있다. 일제 때 조선의 격을 떨어뜨리기 위해 궁을 개방하고 궁궐에는 일본의 국화인 벚나무를 심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나라를 지키다 숨진 호국 영령들의 행사가 열리는 곳에 일본의 국화인 벚꽃나무가 있는 곳에서 행사를 진행하는 건 무리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일제시대에 유입된 외래종으로 알려진 벚나무는 한 때 벌목의 대상으로 여겨졌지만, 학계에서는 벚나무가 한국이 원산지라고 발표한 이후 더 이상의 벌목은 일어나지 않았다. 최근에는 도시 조경에 벚나무를 사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역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4월이면 벚꽃 축제로 지역사회가 대성황을 이룬다.

포항의 모 아파트 단지는 봄이면 꽃들로 가득하다. 주민들은 이곳에서 사진촬영을 하거나 지인을 만나는 장소로 활용한다. 화려하게 핀 꽃들 대부분은 영국의 국화인 장미다. 이 같은 외래 품종은 무궁화가 있던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한 어르신은 “우리 어릴 적에는 무궁화를 쉽게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아니다. 독립투사와 나라를 지킨 장병들을 기리는 행사가 열리는 데 무궁화가 보이지 않는다는 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라며 한탄했다.

◇나라꽃 무궁화동산 조성 박차

타 지자체에서는 이미 무궁화 심기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경남 거창에서는 공한지 수백 평을 활용해 무궁화동산을 조성해 가꿔 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 창녕에서 조성한 '창녕장마로'는 무궁화 품종의 우수성, 식재 충실도, 사후관리 적절성 등을 인정 받아 정부가 주관한 최우수 가로수 길로 선정되기도 했다.

전북 완주는 수변생태공원 6천500㎡에 지자체 예산 1억원을 투입해 무궁화 244주를 심고 무궁화동산을 조성했다. 또 나라꽃 무궁화 100리길을 조성해 산림청으로부터 지난 2011년부터 2019년까지 9회 연속 무궁화 전국축제 개최지와 무궁화 명품 가로수 길로 선정된 바 있다.

수도권에서도 무궁화동산 만들기는 예외가 아니다. 수도권의 여러 지자체에서도 공원을 중심으로 무궁화동산 만들기를 해당 지자체장에게 건의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충남도 역시 보훈공원 내 무궁화동산 조성을 추진 중이다. 강원도에서는 나라꽃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고 생활 주변에서 무궁화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무궁화동산을 조성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도 국민들이 생활권에서 무궁화를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2010년부터 무궁화 사업을 진행해 전국 124곳에 무궁화 거리를 조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일본 사이타마현 고마진자에 무궁화동산을 만든 재일동포인 고 윤병도 선생(2010년 작고)은 나라 꽃 무궁화에 무관심한 이들에게 큰 울림을 주고 있다. 그는 1976년부터 2002년까지 26년간 33만㎡(10만평) 부지에 무궁화 50품종 10만 그루를 식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한국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기 위해 무궁화동산을 조성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무궁화사랑중앙회 포항지회, 지역 무궁화 보급에 ‘선봉’

이춘덕 무궁화사랑중앙회 포항지회장은 “우리나라 국화가 무궁화라는걸 모르는 국민은 없다. 하지만 지금 학생들에게 무궁화 사진을 보여주고 무슨 꽃인지 물어보면 70%가 접시꽃이라는 대답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일제강점기 무궁화는 수난을 맞고 없어지기 시작했고 그 자리에 ‘사쿠라’ 일본 꽃을 심기 시작했다. 우리는 그 꽃을 보고 이쁘다고 하는 지금의 모습이 안타까울 뿐”이라며 무궁화 보급을 위한 단체를 설립하게 된 경위에 대해 운을 뗐다.

그러면서 “일제강점기가 지나고 다시 박정희 대통령시절 다시 무궁화를 심기 시작했다. 각 학교마다 관공서 중앙과 입구에 무궁화가 항상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각 학교나 관공서에 무궁화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했다.

또 그는 “어느 학교 교장은 무궁화에 벌레가 많고 더럽다며 우리학교에는 필요 없다는 말을 했다. 또 한 관공서에서 고위 공직자는 왜 우리나라 꽃이 하필 무궁화냐며 예쁜 꽃도 많은데라고 했다. 이게 우리의 현실이다. 사실 무궁화는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고 피고 지는 우리나라 환경과 아주 적합한 꽃인 걸 정말 모르고 하는 이야기다”며 “무궁화를 올바로 이해 할 수 있도록 이를 알리고 보급하는 데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포항지역에서 무궁화 심기 캠페인 등을 펼치며, 무궁화 보급에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단체는 무궁화사랑중앙회 포항지회로 꼽힌다.

전국 48개 지회를 보유하고 있는 무궁화사랑중앙회는 포항지회에만 100여명의 회원이 무궁화 보급에 힘을 쏟고 있다. 포항지회는 지역 원로인 이춘덕 회장과 이상근 고문, 김선자 부회장, 조민성 무궁화 고문, 시의원을 비롯한 72명 회원들이 주축이 돼 2018년 1월 설립됐다. 이 단체는 각 회원들의 회비로 운영돼 오고 있는 무궁화 보급을 위한 자비량 단체다.

설립 당해에는 별다른 활동을 보이지 않다가 올해 들어 눈에 띄는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포항지회는 지난 3월 안동웅부공원에서 열린 무궁화 대축제에 참가를 시작으로 불과 3개월 걸쳐 포항지역 학교에 무궁화를 보급하기 위해 힘썼다. 특히 안동 무궁화축제에서 5천명에 이르는 시민들과 함께 무궁화 4천 본을 식재하는 데 일조했다.

지난 4월 초 해도청년회와 함께 대해초등학생 100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해초 무궁화 150본 식재행사를 개최해 눈길을 끌었다. 상도중, 송도중, 선린대, 기계초, 비학산자연휴향림, 산촌문화회관, 기쁨의교회, 명도학교 등에서 시민들과 함께 대대적인 무궁화 심기 행사를 펼쳐왔다. 이어 환여동해변도로 무궁화심기, 포항시 일원에 무궁화 700본 식목행사 등을 성공적으로 치르는 등 포항 사회에 무궁화를 심고, 무궁화의 가치를 알리는 데 헌신하고 있다.

김근수 무궁화사랑회 포항지회 사무국장은 “무궁화가 지자체에서 식재를 기피하는 데에는 진드기가 많고, 외래종에 비해 예쁘지 않다는 인식이 많았다”며 “최근 병충해에 강한 품종이 나오고 있고 다양한 색상의 무궁화도 선보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진드기가 많아 천대받고 예쁘지 않다고 뽑아버린 우리나라 꽃이 종류가 다양하고 색깔도 다양하다는 것을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됐다. 무궁화 보급에 더욱 힘쓰겠다”며 무궁화 심기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최영희 고문은 “우리나라 꽃은 무궁화 인데 4월만 되면 다른 나라꽃으로 행사가 화려하게 열리고 있다. 그런 행사를 접할 때마다 너무 서글펐다. 그래서 무궁화를 알리고 싶어 포항지회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

◇포항 형산강변에도 무궁화동산 만들자

포항 형산강 주위로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무궁화를 심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타 지자체에서 강변에 무궁화동산을 만든 사례가 많다. 애국심과 나라사랑하는 마음은 물론, 지역 이미지 제고와 관광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포항과 인접한 울산이 그 예다. 울산은 2017년 태화강 일원에 무궁화동산을 조성했다. 태화강 공원에 자생하는 무궁화를 가꿔 만든 무궁화동산은 울산을 대표하는 명소로 꼽힐 만큼 장관을 이루고 있다. 1ha 면적에 2만4천본이 심겨진 태화강 무궁화 정원은 울산시와 자원봉사단이 협력해 조성됐다. 무궁화 특성에 맞는 수형관리와 무궁화 애호가들로 구성된 자원봉사자의 높은 참여로 2018년 전국 최고의 나라 꽃 무궁화 명소로 선정됐다. 나라 꽃 무궁화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 수 있는 지속적인 노력을 해나가겠다는 게 울산시의 방침이다.

또 칠곡과 왜관을 잇는 낙동강변에 3만㎡에 이르는 무궁화동산이 조성됐다. 이곳은 낙동강을 횡단하는 호국의 다리에서부터 제2 왜관교까지 2.8km, 폭 25m 규모로 나라꽃 무궁화 보급과 지역 주민들에게 안락한 친수공간을 제공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안산에서는 호수 공원에 무궁화동산을 만들어 무궁화 축제 등을 열고 있다.

현재 형산강 둔치 일원 6만4천450㎡에는 장미, 수레국화, 백일홍, 코스모스 등이 식재돼 있다. 또 포항시는 형산강 수변공원 조성을 위해 포항과 경주 간 상생발전 대표 모델인 형산강프로젝트 사업의 일환으로 형산강 둔치를 활용해 수레국화, 금계국, 백일홍, 코스모스, 갈대, 줄장미, 코키아 등을 식재해 시민 볼거리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무궁화사랑회 포항지회 관계자는 “다른 지자체에서 강변에 무궁화동산을 조성한 것을 보고 포항에도 형산강 주위에 무궁화동산을 조성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며 “형산강변에 외래종을 심어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보다 애국심 고취와 나라 사랑을 상징하는 무궁화를 심는 게 겨레와 민족 앞에 떳떳한 정책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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