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규 대금정악 이수자 연주 모습

물질문명 만능주의가 팽배해지고 있는 현실 속에서 우리 전통 문화예술의 전승발전을 위해 우리 고유의 소중한 정신문화가 깃들어 있는 무형문화재와 그 전승자을 조명한다.


@ 무형문화재는 인류의 정신적인 창조와 보존해야 할 음악ㆍ무용ㆍ연극ㆍ공예기술 및 놀이 등 물질적으로 정지시켜 보존할 수 없는 문화재 전반을 가리킨다. 무형문화재 가운데 보존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는 기능 및 예능에 대해서는 ‘문화재보호법’에 의거하여 문화재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지정, 보호하고 있다. 이의 지정은 형태가 없는 기능 또는 예능이기 때문에 이를 보유한 자연인이 그 대상이 된다.

무형문화재에는 국가지정 무형문화재와 시ㆍ도 지정 무형문화재가 있다. 문화재보호법에서는 문화재청장이 무형문화재 중 중요하다고 인정되는 것을 자문기관인 문화재위원회의 심사와 토의를 거쳐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시사상식사전)


# 정악(正樂)이란 궁정이나 관아 및 풍류방(각 지방의 풍류객들이 모여서 음악을 즐기던 장소)에서 연주하던 음악으로, 우아하고 바른 음악이란 뜻이다. 대금정악은 정악을 대금으로 연주하는 것을 가리킨다.
신라의 우륵이 제자들이 작곡한 곡을 듣고 내뱉었다던 낙이불류 애이불비(樂而不流 哀而不悲)라는 말이다. '즐거우나 넘치지 않고, 슬프나 비통하지 않은' 그런 음악적 정신이 정악의 바탕을 이루고 있다

# 대금정악은 1968년 12월 21일 중요무형문화재 (현 국가무형문화재) 제20호로 지정되었고 녹성 김성진 선생님이 초대 보유자로 지정되었다. 이후 녹성 선생님이 돌아가시고 그 제자인 김응서 선생님이 보유자로 지정되었고 그 다음으로 현 예능보유자인 조창훈 선생님이 지정되었다. 정악이란 내용과 형식이 고상하고 우아하여 속되지 않은 음악이라는 뜻으로 좁게는 ‘여민락’, ‘영산회상’을 가리키나 넓게는 아악 전반을 말한다.

대금정악은 궁정음악 계통인 아악곡(나라의 의식 등에서 정식으로 쓰던 음악)의 전부를 다루고 있지만 모두 합주음악에 속하며, 본래부터 독주로 연주되는 음악이 아니었기 때문에 언제부터 독주로 연주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곡목으로는 청성자진한잎, 평조회상, 자진한잎 등이 있다.

대금정악은 영롱하나 가볍지 않고 부드러우나 유약하지 않으며, 섬세하나 천박하지 않은 오묘한 맛의 가락을 지닌 전통음악이다.

# 대금은 신라 삼죽의 하나로, 삼죽(三竹)이란 대금, 중금, 소금을 말하며, 이름 그대로 가로로 불게 되어 있는 관악기 중에서 가장 긴 것으로 ‘저’ 또는 ‘젓대’라고도 한다. 쌍골죽(雙骨竹)이라는 속이 찬 대나무 밑둥으로 만드는데, 왼쪽은 막혀 있고, 위 첫마디에 입김을 불어넣는 구멍이 있다.
그 조금 아래에는 갈대 속으로 만든 얇은 청을 대는 청구멍이 있고 다시 그 아래로 구멍이 여섯 개 뚫려 있다. 주법을 보면 은은한 소리가 나게 낮게 부는 저취(低吹)와 청아한 소리가 나게 세게 부는 역취(力吹)가 있다. 다른 악기에 비해 음량이 풍부하고 음높이를 조절할 수 있어서 국악기 중에서 대표적인 독주악기로 자주 쓰인다.

그 유래는 고구려 횡적(橫笛, 가로로 잡고 분다)에서 찾을 수 있다. 근래 회자되고 있는 만파식적 설화에서도 대금의 유래를 찾고 있다. 대략 이때부터 근대까지의 대금은 긴 정악대금이다. 현재 많이 쓰이는 산조대금은 조선후기부터 쓰여 지기 시작했다. 말하자면 대금은 정악대금과 산조대금으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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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규 국가무형문화재 대금정악 이수자는 고등학교 때 처음 국악을 접하고 20대에 대금정악에 매료되어서 정악대금을 연마하다가 현 인간문화재이신 조창훈 선생님의 대금소리를 흠모하여 사사를 받고 정진하여 2013년 국가무형문화재 제20호 대금정악 이수자로 선정 됐다.


* 대금정악을 하게 된 계기
고등학교 때 국악반을 시작으로 국악에 입문하게 되었습니다. 대학은 영문과로 진학했으나 국악에 대한미련으로 다시 국악과에 입학하고 교육대학원 음악교육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20대에 대금정악에 매료되어서 정악대금을 연마하다가 현 인간문화재이신 조창훈 선생님의 대금소리를 흠모하여 교과서로 삼고 지금껏 정진하고 있습니다.

* 정철규 이수자에게 대금이란
저에게 대금이란 공기와 같은 존재가 되어버렸습니다. 대금을 통해 삶을 바라보고 대금으로 인해 기뻐하고 대금으로 인해 낙담하는 제 삶에 둘도 없는 친구이자 스승 같은 존재입니다.
매일 매일 다른 답을 하는 정악대금은 참 어려운 존재입니다. 그렇지만 열심히 사랑해주면 그만큼 확실한 대답을 해주는 그런 정직한 악기 입니다.

* 대금정악을 하면서 보람된 일
올해 1월 오랫동안 꿈꿔왔던 숙제를 하나 해결 했습니다. 대금정악의 대표적인 곡인 영산회상(중광지곡) 전곡을 독주회 형식으로 무대에 올렸습니다.

쉽사리 도전하기에는 힘든, 엄두가 나지 않는 레퍼토리를 해냈다는 성취감도 있었고 컨디션 조절 실패로 만족할만한 소리를 못 냈다는 자괴감도 함께 들었습니다.

* 대금을 하면서 느낀 점
대금정악을 알리고 연주하고 레슨을 하면서 솔직히 자신이 없었습니다. 이런 느리고 자칫 지루하기 쉬운 음악을 배우고 듣는 것을 과연 사람들이 좋아할까 라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정악은 우리들 모두에게 잠재되어 있는 음악임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한반도에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정악대금이 존재해 왔음을 생각해 보면 한민족의 정서에 미친 영향을 충분히 가늠해 볼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급속히 변화하는 현대사회에서 우리정서에 정악이라는 존재는 우리에게 조금 더 여유를 가지게 하고 삶을 풍요롭게 해줄만한 힘을 가진 음악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 에피소드

저에게 7~8년간 대금정악을 수련받은 약사선생님이 최근 폐활량 검사를 다시 받았는데 대금정악을 하기 전에 비해 폐활량이 커지고 좋아졌다고 합니다. 대금을 하게되면 호흡이 길어지고 폐활량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 앞으로 포부
앞으로도 꾸준하게 대금정악 연주회 및 독주회를 열어서 중광지곡을 시작으로 유초신지곡, 표정만방지곡, 만파정식지곡 등 모든 정악곡을 무대에 올려보고 싶습니다.

* 주요 학력 및 경력
대구예술대 한국음악과 졸업
경북대학교 교육대학원 음악교육학과 졸업
2013년 국가무형문화재 제20호 대금정악 이수자 선정
2013년 국악풍류방 ‘상우율방’ 개소
2014년 '상우율방 가락과 함께' 연주회 개최
2017년 尙友律房 발표회 개최
2019년 제1회 정철규 대금정악독주회 '중광지곡' 개최

권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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