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스테인리스 강관 제조업체인 길산스틸과 세계 1위 스테인리스 원자재 제조업체인 중국 청산강철이 5대 5 지분 투자로, 부산 미음공단 외국인 투자지역에 연산 60만t 규모의 스테인리스 냉연공장 설립을 추진하자 철강업계는 물론 포항, 창원 등 철강도시들이 시끌시끌하다. 중국 청산강철이 인도네이아에서 생산하는 스테인리스 열간압연강판을 국내로 가져와 스테인리스 냉간압연강판을 생산하겠다는 것이 투자이유이다. 이렇게 되면 스테인리스 열연강판과 냉연강판을 모두 생산하는 포스코가 가장 큰 피해를 입는다. 그 다음으로 스테인리스 냉간압연 업체와 스테인리스 구조관 업체들이 타격을 입을 것이다. 청산강철의 한국 내 생산거점 마련이 현실화하면 국내 스테인리스 업계 고사는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포항시 및 포항지역 경제·노동계가 강력 반대에 나섰다. 이강덕 포항시장과 지역 경제계 및 노동계 대표는 10일 포항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내 냉연업계의 고사와 국내 동종업계 가동중단에 따른 관련업계 대규모 실직 등이 예고된다며 부산시의 청산강철 국내투자유치 반대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이번 투자유치는 개별 지역의 외자유치 실적보다는 모든 산업과의 연관 효과가 가장 큰 기간산업인 철강업에 대한 국가차원의 종합적 고려가 우선돼야 할 것이라며 부산시의 청산강철 투자에 대한 검토 중단을 요구했다.

창원상공회의소는 지난 4일 부산시에 ‘국내 스테인리스 산업경쟁력 유지를 위한 중국 청산강철 국내유치 철회 건의서’를 발송했다. 창원상의는 건의문을 통해 “현재 국내 스테인리스 냉연강판의 약 40%는 중국산 등 저가 제품이 잠식한 상황이고, 이로 인해 국내 기업들은 지난 2018년 기준 68%대의 낮은 가동률을 보이고 있다”며 “청산강철이 국내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국내 시장을 잠식할 경우 국내 스테인리스 냉연강판 산업이 붕괴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철강협회는 지난달 30일 성명을 내고 "신규 투자유치에 따른 고용창출(500명)보다 기존 국내 동종업계(총고용 약 5000명) 가동 중단에 따른 대규모 실직 타격이 크다"며 "자동차, 전자 등 국내 핵심 산업에 필수 소재를 공급하는 스테인리스강 업계에서 해외 경쟁업체가 지배적 위치를 차지할 경우 한국 제조업에 위협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국내 경제 악영향과 철강업계 피해에도 부산시는 최근 중국 청산강철 투자의향서를 두고 행정적인 절차에 들어갔다. 부산시는 자치단체장 재임 동안 치적을 세우기 위해 투자를 유치할지 몰라도 이로 인한 대량 실직 사태 등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중국과 공동투자에 나서는 길산스틸도 자사 이익을 앞세워 스테인리스업계 전체에 부담을 안기는 행위를 했다는 도의적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부산시와 길산스틸은 외자유치로 작은 것을 탐하려다 큰 것을 잃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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