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이 설립되고 나서 끊임없이 환경 파괴를 불러 온 봉화의 영풍 석포제련소가 폐수를 흘려보내는 등의 방식으로 또 다시 주변 환경을 오염시켜온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부는 영풍 석포제련소(이하 제련소)를 지난달 17∼19일 지도·점검한 결과 폐수 배출·처리 시설 부적정 운영, 무허가 지하수 관정 개발·이용 등 6가지 관련 법률 위반 사항을 확인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지도·점검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제련소 하류에서 카드뮴이 기준치(0.005㎎/ℓ)를 초과해 검출되면서 이뤄졌다.
조사 결과 제련소 폐수 배출시설에서 아연·황산 제조 과정 중 폐수가 넘쳐서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유출된 폐수를 적정 처리시설이 아닌 빗물 저장소로 이동할 수 있도록 별도 배관을 설치한 것으로 적발됐다. 폐수 처리 시설에서도 폐수 일부가 넘치면 별도 저장 탱크로 이동한 뒤 빗물 저장소로 옮길 수 있도록 별도로 배관을 설치한 사실도 밝혀졌다. 제련소는 공장 내부에 52곳의 지하수 관정(우물)을 허가받지 않고 개발해 이용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관정에서 지하수 시료를 채취해 분석한 결과 카드뮴이 공업용수 기준치(0.02㎎/ℓ)를 훨씬 웃도는 0.28∼753㎎/ℓ로 검출됐다. 일부 지하수에서는 수은, 납, 크롬 등도 기준치를 초과했다. 빗물로 작동해야 하는 비점오염저감시설은 평소 계곡수와 지하수를 끌어들여 공업용수로 이용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대표적인 비철금속 제련업체인 영풍은 지난 1949년 영풍기업사로 시작해 1960년대 아연광석을 수출하며 국내 비철금속 산업의 신화를 쓰기 시작했다. 1970년 영풍은 아연괴를 수입에 의존하는 현실을 벗어나고자 봉화군 석포면에 아연제련소를 준공했다. 1999년부터 설비 합리화와 증설공사를 통해 최첨단 자동화 설비를 도입해 아연괴, 황산, 황산동, 전기동, 인듐, 은부산물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게 됐다.
아연제련공장은 특성상 수많은 환경 오염물질을 배출할 수밖에 없다. 아연의 제조공정을 살펴보면 정광원석을 분쇄해 작은 가루로 만든 다음 물과 화학물질을 이용해 화학반응을 일으켜 아연을 분리해내는 과정이 이뤄지는데 이 과정에서 남은 물과 찌꺼기는 버릴 수밖에 없다. 또한 이 과정에서 생산되는 미세한 정광가루는 밀가루보다 입자가 작아 눈에 보이지도 않는데 이 가루는 공기를 타고 제련소 인근 나무와 토양에 스며든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질병으로 신음했고, 작물에선 중금속이 검출돼 전량 폐기됐다. 현재 4천여억 원을 들여 토양정화가 진행 중이다.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 행위와 낙동강 상류 오염을 둘러싼 논란은 어제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환경부의 고발 조치와 조업 정지 등 행정처분은 이제 무의미하다. 제련소 이전·폐쇄를 강력하게 추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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