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열 제2사회부장

계속되는 대구·경북 홀대의 끝은 어디인가? 개도 도망할 구멍을 두고 쫓으란 말이 있다. 계속해서 당하기만 하다 보니 이젠 끝이 어디인지 생각도 되지 않는다. ‘정권이 바뀌면 문제가 해결 되려나’라는 심정마저 들 정도다.

수도권공화국이라 불릴 만큼 대한민국의 부와 권력은 물론 정치와 경제, 문화, 교육 등 모든 것이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수도권 집중은 망국적 요인이라며 수도(首都) 이전까지 추진했던 노무현 정권의 핵심 인사였던 문재인 대통령마저 이젠 아랑곳하지 않는 눈치다. 취임 후 지방자치·분권 관련 청와대 비서관의 수마저 줄이는 등 지방자치에는 오히려 관심도 없어 보인다.

그러한 대통령이 어쩌다 한 번씩 지역을 들러서는 “지방이 살아야 일자리도 늘어난다, 일자리는 지방이 만들고 정부는 지원에 힘을 기울이겠다. 일자라 창출에 힘을 써 달라”고 독려한다. 언행일치가 되지 않는 행보에 뭘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인지, 아님 일자리 감소의 책임이 지방이라는 것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이러한 가운데 특히나 대구·경북에 대한 홀대는 이젠 도를 넘어선 상태다. 장·차관 등 고위직 인사와 관련해서 ‘인사 참사’라 할 만큼 홀대 논란을 빚었던 대구·경북이 슈퍼 예산이라 불릴 정도로 대폭 늘어난 2019년도 예산에서도 역시나 찬밥 신세가 됐다. 대구·경북 예산만 감소했다.

국토균형 개발을 명분으로 시작됐던 문 대통령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국책사업에서도 대구·경북 패싱은 계속됐다. 역점사업으로 건의했던 사업들이 모두 탈락하고 명목상 일부만을 건졌을 뿐이다.

경남도의 예타 면제사업인 남부내륙철도 건설이 김천을 기점으로 시작하지만 성주와 고령을 패싱하고 경남으로 이어진다. 경남 지역 4개 역사가 지나는 진주-거재(56Km) 구간에는 3개 역사가 신설되건만, 경북 지역인 김천-합천 구간(65Km)에는 역사 신설은 하나도 없고 성주군에 신호장 하나만을 계획하고 있다.

이는 사드 배치로 인해 피해를 받은 성주 군민을 정부가 또다시 기만한 것에 불과하며 대구·경북을 무시한 처사다.

정부의 원전 폐기 정책으로 울진은 경제적으로 수십조원의 치명타를 입었고, 기피시설인 방폐장(방사성 핵폐기물 저장고)을 경주시가 유치하고도 기대하던 14조원의 규모 원전해체연구소를 부산·울산으로 빼앗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에 빠져있다. 전국 최다 원전과 방폐장을 안고 사는 경북에 대한 원전 관련 배제는 용납될 수 없다.

10여 년을 끌던 동남권 신공항 문제가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이 나고 대구·경북은 어렵게 대구공항 통합 이전을 추진하는 와중에 최근 문 대통령은 총리실 재논의를 거론하며 가덕도 공항 건설에 힘을 실어주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대구·경북의 발전을 위해 광역단체장들이 협력하며 중점적으로 추진하던 공항 이전 정책이 혼란을 겪게 됐다. 현 정부에서도 지금껏 지지해 온 정책이 대통령 말 한마디에 일순간 없던 일이 될 모양새다.

국방부의 선정 절차만이 남겨진 상황에 이로 인한 대구·경북의 혼란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공항 이전을 기대하던 의성과 군위는 물론 구미 등 인근 지역들도 공항 특수를 기대하던 차에 이런 날벼락이 또 있을 수는 없다. 지난해 말 선정되지 않고 미뤄진 이유가 이를 위해서인가.

경북도와 구미시는 물론 대구시까지 협력하며 추진하고 있는 120조원 규모 SK하이닉스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구미 유치도 '용인 내정설'이 나돌면서 구미가 문재인 정부 수도권 규제 완화의 첫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의 말을 빌려보더라도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 선정은 현 정부의 손에 달린 것이 분명하다, SK하이닉스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결정은 이달 중에 이뤄진다.

현 정부는 대구·경북을 국민이 아닌 적폐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 기업의 해외 이전과 수도권 이전(대구·구미), 장·차관의 인사 참사, 2019년도 예산 찬밥 신세(대구·경북), 예타면제사업 홀대(경북·포항), 원전(울진·경주·김천), 남부내륙철도(성주·고령), 원해연(경주), 대구공항 통합 이전(대구·의성·군위), SK하이닉스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구미) 등 계속되는 대구·경북 패싱은 용납할 수 없다.

미물인 쥐마저도 막다른 골목에 몰리면 고양이를 무는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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