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의 달이 점전 커지더니 온 달이 뜨는 오늘이 되었다. 오곡밥을 지어서 오방신(五方神)에게 고수레를 하고 가축에게 밥을 나눠주고 달이 뜨기 전에 산에 올라 달뜨기를 기다리며 구경하던 아름다운 우리의 전통이 지금은 그립다.

달을 보고 기원하는 마음, 나도 달처럼 둥글고 훤하게 세상을 비추는 그런 사람이 되게 해달라고 두 손을 모은 순수한 기도, 좋은 배필을 만나 시집장가 가도록 해달라고 소원을 비는 청춘남여의 마음을 보름달은 넉넉하게 받아주었다.

‘상원(上元)’으로 불리는 정월 대보름이 올해는 음력 1월 15일이다. 2019년 정월 대보름의 보름달이 뜨는 시간은 서울 기준 19일 오후 5시 46분으로 관측됐다.

한 해의 첫 보름달이 뜨는 날을 의미하는 정월 대보름은 설, 추석, 단오, 한식 등과 더불어 우리나라 5대 명절로 꼽힌다.

설날을 가족 또는 집안의 명절로 부른다면, 정월 대보름은 마을의 명절이라 할 수 있다. 대보름 달빛이 어둠, 질병, 재액을 밀어내 마을 사람들이 질병, 재앙으로부터 풀려나 농사가 잘되고 고기가 잘 잡히길 기원하는 ‘동제’를 지내는 데서 유래했다.

과거 조상들은 정월 대보름 아침에 일찍 일어나 말을 하기 전에 잣, 호두, 밤 등을 일컫는 ‘부럼’을 깨물면서 1년 동안 무사태평하고, 만사가 뜻대로 되며 부스럼이 나지 말라고 기원한다. 이는 과거 배고팠던 시절 호두 땅콩 등 견과류를 먹으며 그 안에 포함된 영양으로 한 해 동안 부스럼 없이, 치아가 튼튼해지길 바라는 의미였다.

특히 정월 대보름의 대표 음식에는 ‘오곡밥’이 있다. 찹쌀, 조, 팥, 수수 등 5가지 이상의 곡식을 섞어 지은 밥으로 5가지 곡식이 오행의 기운을 일으켜 액운을 쫓고 풍년을 부른다고 믿었다.

대표 놀이에는 쥐불놀이, 고싸움 등이 있다. 정월 대보름 전날 밤에 하는 민속놀이인 ‘쥐불놀이’는 논둑이나 밭둑 등에 쥐불을 놓아 해충의 피해를 막기 위해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볏짚을 엮어 커다란 고를 만든 후 두 편으로 나눠 힘 겨루기하는 ‘고싸움’은 한복의 옷고름 매듭에서 유래해 마을 사람들의 협동심을 길러주는 대동놀이이다. 세월은 흐르면서 과거의 정월대보름 전통은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

정월대보름을 통해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웃과 음식을 나누며 한자리에 모여 마을의 대소사를 의논하고 다양한 농사 정보를 통해 소통하고자 한 선조들의 지혜로움이다. 이에 다해 건강까지 챙기려는 자상한 마음이 엿보여 더욱 아름답게 느껴진다.

오늘밤에는 가까운 산에 올라 달뜨는 모습을 지켜보며 어려운 우리사회가 광명을 드러내는 보름달의 기운을 받아 황금돼지의 지혜를 발휘하는 해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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