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선 사회부 차장

안하무인은 눈 아래에 보이는 사람이 없다는 뜻으로, 방자하고 교만하여 다른 사람을 업신여길 때 쓰는 말이다. 이와 유사한 말로 안중무인이 있는데 쓰임새는 똑같다. 경거망동과 비슷한 말로, 눈 아래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처럼 행동한다는 뜻이다.

우리 속담에 ‘고삐 풀린 망아지’란 표현이 있는데 무례하고 버릇이 없다는 뜻으로 방약무인(傍若無人)이라고 한다. 모두 잘 알려진 말들이지만 이런 말을 사람과 사람사이에 쓰는 건 어렵다. 경우에 따라선 상당히 모욕적으로 들리기 때문이다.

최근 포항시 북구청 산업과 한 공무원의 하는 행동에 이런 말들이 떠오른다. 개인의 일탈인지 아니면 모든 공무원이 민원을 처리하는데 있어 그와 같이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사회적 약자인 농민의 괴로움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 건 분명하다.

북구 청계리 1066번지 수로부지(구거)는 인근 회학 저수지로 흐르는 하천이다. 포항지역 구거 대부분이 지자체와 농어촌공사 간 관리주체가 분명한 반면, 회학 저수지 구거는 관리권에 대한 분할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이 저수지는 포항에서 가장 오래된 곳으로 관리 분할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북구청 산업과 담당 공무원은 이와 관련된 본 기자의 질의에 농어촌 공사가 말하길 관리권이 자신들에게 없다고 답했다며 큰소리를 쳤다. 반면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자신들이 관리권이 없다고 말한 적이 없다며 회학 저수지 구거는 현장을 확인해 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북구청 산업과 구거 담당 공무원이 농어촌공사에 관리권을 알아본 시점은 이미 농민에게 구거를 무단 점유했다는 이유로 행정처분을 내린 뒤였다. 시에서 행정명령을 내리기에 앞서 관리주체에 대해 명확히 확인해야 상식에 맞다. 설혹 해당 구거가 농어촌공사의 현장조사 결과 지자체 관할이라는 판정이 나올지라도 농민에게 행정처분을 내릴 당시에는 마땅히 관할을 확인해야 한다.

또한 담당공무원은 농민들이 해당 구거를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 엄밀히 말하면 농기계 등은 지나갈 수 없다는 뜻이지만 사실상 농사를 짓지 못하게 한거나 다를 게 없다. 요즘 농기계 없이 농사를 짓는 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농사를 짓기 위해 구거 통행을 요구하는 농민, 이에 맞서 통행을 막아버린 인근 토지소유자와의 민민 갈등에서 보인 포항시 북구청 산업과의 최종 결론은 농민에게 통행불가 딱지와 원상회복 명령이다. 여기에 더해 농민에게 현행범을 운운했다는 사실은 참으로 충격적이게 들린다. 참고로 농민들의 구거 통행을 막고 민원을 제기한 인근 토지소유자는 수도권에서 살면서 구거 인근에 별장을 짓고 가끔 지역을 방문하는 종교인으로 알려져 있다.

지역민을 무시하는 이 같은 결정에 북구청 산업과 의견이 아닌 한 공무원의 결정이었다는 소문이 농민들을 통해 나오고 있다. 윗선에서 농민들을 우선 배려해 구거 통행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구거를 담당한 산업과 직원이 “무슨 소리를 하느냐”며 “구거담당은 자신이니 알아서 처리하겠다”는 식의 발언을 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포항지역 농민들은 지난해 지진피해와 최근 태풍으로 힘겨운 일상을 보내고 있다. 포항시 역시 이들 농민들을 위해 일손 돕기로 구슬땀을 흘리며 이들을 도와왔다.

그런 시 행정에 찬물을 끼얹는 북구청 산업과 행정에 소름이 돋는다. 과연 어려운 이웃의 신음에 외면하고 그들을 현행범 운운하며 겁박하는 행정이 올바른 것인지 묻고 싶다. 또 유일한 농로로 사용해 온 구거 통행이 막히자, 이를 허가해 달라는 농민들의 외침에 “지게지고 올라가라”는 담당공무원의 답변은 시민을 섬기는 공무원이 했다는 말로는 도저히 믿기 어려운 대목이다.

농민들은 이를 두고 북구청 산업과 해당 공무원을 안하무인, 안중무인, 방약무인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북구청이 이 문제를 바로잡아 해당 지역 민원을 제대로 잘 살펴 농민들이 더이상 피해보는 일이 없어야 한다. 또한 산업과 담당공무원의 막말과 관리주체에 대한 사전 확인을 걸치지 않고 행정처분을 남발한 책임을 물어 인사조치 등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공무원의 안하무인격 일처리로 인해 열심히 일하는 전체 공무원들까지 이미지가 추락하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저작권자 © 대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