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문 한동대 교수

얼마 전 인터넷 환경뉴스가 머리기사로 ‘태국에서 구조된 돌고래가 끝내 숨을 거두었는데, 뱃속에 플라스틱봉지가 80개나 뭉쳐져 장을 막고 있었다’고 전하고 있었다. 태국연안에서만 해도 매년 돌고래, 바다거북 등 300여 마리의 대형 바다동물들이 이 같은 이유로 죽은 채 발견된다는데, ‘신천옹’ 등 바닷새 들의 피해는 더욱 클 것이다. 그 원인인 비닐봉지 등 플라스틱 제품은 태국만이 아니라 한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에서도 엄청나게 버려지고 있다. 이 플라스틱 쓰레기는 육지에서도 다양한 문제들을 일으키지만 바다로 흘러들어가서 해양생태계를 파괴하고 때로는 거대한 쓰레기 섬을 이뤄 바다를 떠다닌다.

플라스틱원료의 주공급원은 석유인데, 플라스틱은 쉽게 조작할 수 있고, 적은 비용으로 제조할 수 있고, 비중작고 내식성이 있어서 산업용품과 소비재로 이용되고 있다. 플라스틱은 소각 시 유해성분을 배출하고, 땅속에 매립되거나 바다로 떠내려가면 오랜 세월동안 원형을 유지한다. 대부분의 플라스틱은 미생물이 분해할 수 없는 화학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자연분해기간이 500년에 이를 정도로 길다. 해수의 중층이나 표층에 떠다니는 플라스틱은 풍화작용에 의해 잘게 부서져 미세플라스틱이 되는데 바다생물들은 이들을 먹이로 오인한다. 오늘날 우리가 즐겨 먹는 해산물은 물론이고 바다거북이나 바닷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해양생물의 체내에서 플라스틱 봉지나 미세조각들이 발견되고 있다.

플라스틱을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 염소가 들어가는데, 대표적인 제조물이 피브이씨(PVC)이다. 현재 전 세계 염소사용량의 2/3가 석유화학제품에 쓰이는 것으로 추산된다. 석유와 염소의 결합물인 유기염소화합물 중에는 생체에 유독한 물질들이 많다. 독성이 크고 분해가 잘 안되어 생태계에 큰 피해를 주고 있는 디디티(DDT)도 유기염소화합물이다. 플라스틱을 질기게 만들어 마모 잘 되는 곳을 보호하거나 얇은 영수증 종이 등을 만들기 위해 비피에이(Bisphenol A)가 들어가는데, 이것도 환경호르몬으로 분류된다. 스펀지나 우레탄같이 공기방울이 들어가 푸석푸석하면서도 탄력 있는 재질에는 티디아이(Toluene Diisocyanate)가 들어가는데 대단히 독성이 강한 물질이다.

플라스틱으로 된 가전제품은 불이 붙지 않도록 피비디이(Polybrominated Diphenyl Ethers)라는 방염제를 입히는데 이것도 환경호르몬이다. 플라스틱들을 태우면 이들이 분자상태로 쪼개져 가스가 되면서 유독한 성질이 나타나고 또 다이옥신을 비롯한 유독한 유기염소화합물이 만들어진다. 플라스틱 제조에 첨가되었던 이러한 화학물질들은 해수로 방출되면 무수히 떠다니는 미세플라스틱 조각에 흡착해서 함께 바다생물의 체내로 흘러 들어간다. 이 물질들은 바다생태계만이 아니라 어차피 인간에게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생산된 플라스틱 총량은 83억톤에 육박하며 그중 75%인 약 63억톤이 쓰레기로 배출됐다고 한다. 그중 80%에 해당하는 50억톤은 매립이나 해양유입 등으로 자연환경에 노출돼 있다고 한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2050년까지 120억톤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자연환경에 노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재활용되는 플라스틱의 양은 매우 적은 편이라서, 결국 도시에는 폐비닐과 플라스틱 병들이 쌓이고, 바다에는 플라스틱을 포함한 쓰레기들이 거대한 섬을 이루어 떠다니게 된다. 2015년 기준으로 한국의 1인당 플라스틱소비량은 132.7톤으로 미국(93.8톤)이나 일본(65.8톤)보다 훨씬 높은데, 2020년에는 145.9톤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폐기물중 플라스틱이 차지하는 비중은 5~10%이다. 우리는 쓰레기분류수거를 통해 폐플라스틱을 모아 리사이클 하는데, 처리단가 때문에 폐플라스틱을 대부분 중국으로 수출했으나 중국이 얼마 전부터 여러 이유에서 이를 금지했으므로, 이제는 우리 스스로 처리해야 한다. 유럽연합(EU)은 2021년까지 빨대, 페트병, 면봉 등 10여종 플라스틱제품 사용을 금지하기로 했다. 캐나다와 미국 일부 지역에서도 식당과 카페에서 플라스틱빨대, 커피스틱 등을 금지하는 법안을 검토 중이다. 우리나라도 재활용폐기물관리종합대책을 마련하고 2030년까지 플라스틱폐기물발생량을 50% 줄이겠다고 한다. 우리 일상에서 플라스틱사용이 일회용 아이스커피 컵 및 빨대, 페트병, 플라스틱봉지, 농수산물포장지 등 셀 수없이 많은데, 좀 불편하더라도 개인적으로 혹은 시도 차원의 캠페인을 통해서라도 줄여나가야 할 것이다. 재활용을 통해 건재, 토목재료, 농업용자재, 각종 블록을 제조함도 중요하다고 본다. 재활용불가의 경우 소각해야할 것인데, 유독가스 배출적은 고성능소각로 설치가 관건이라고 본다.

또한 바이오플라스틱 등 대체용품의 개발이 필요하다. 옥수수, 사탕수수, 콩 등을 이용해 '바이오플라스틱'을 만드는 것, 즉 생물 체내에 있는 폴리에스터를 이용해 플라스틱을 만드는 것인데, 토양 속 세균에 의해 1년 정도의 짧은 기간 안에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되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다. 하지만 바이오플라스틱 생산단가는 플라스틱의 3배에 달하고 단점보완을 위한 좀 더 긴 세월 연구가 필요하니 문제이다. 한 기업은 스티로폼을 대체하기 위해 유기농버섯, 대나무, 재생지 등을 활용한 포장재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폐플라스틱을 진공상태에서 간접 가열해 등유나 경유를 추출하는 기술을 개발한 기업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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