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베리농장 박경환·양성미 부부

H 자동차계열회사 → 화훼농가 → 블루베리 농장 대표로 3단변화
농대출신으로 자연이 좋아 귀농한 부부농사꾼

10년간 한 우물만 파는 사람을 우리는 ‘장인’이라고 부른다. 경주시 양남면에 위치한 에코베리농장의 박경환 양성미 부부는 15년동안 블루베리를 재배한 베테랑 농부이다. 남들이 다 부러워할만한 대기업 자동차계열에서 일하다가 농대출신의 본능이 되살아나 귀농을 결심했다. 처음에는 화훼농가로 시작, IMF로 화훼가 소비되지 않아 고민을 하던 중 은사님의 권유로 블루베리를 시작하게 됐다. 이제는 블루베리에 관한 모든 것을 알 정도로 빠삭한 지식과 노하우를 습득하게 됐다는 박경환 대표를 만나 농사이야기를 들어봤다.

▶ 직업의 3단 변화. 그 끝은 백향과

농대출신인 박경환 대표는 한 때 웬만한 사람들은 다 부러워할만한 대기업의 자동차 계열에서 일을 시작했다. 반듯한 직장을 다니면서도 계속 드는 회의감과 사람들의 배신으로 몸과 마음을 다쳐 귀농을 결심하게 됐다. 땅은 내가 씨를 뿌린 대로 거두듯이, 내가 한 만큼의 보상을 받는 다는 매력이 크게 다가왔다. 주변의 말류에도 불구하고 소신껏 대기업을 그만두고, 화훼쪽으로 눈을 돌렸다. 수련과 연꽃을 전문적으로 재배하고 분양을 하는 등 처음에는 승승장구 장사가 잘 됐지만 IMF가 터져 화훼의 소비가 더 이상 되지 않아 한 번의 좌절을 겪었다. 상실감과 좌절감에 힘든 나날을 보내던 차 은사님의 추천으로 블루베리로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블루베리 처음 시작했을 때는 눈 건강에 좋다는 정보와 함께 붐이 일어났다. 농가의 효자 상품을 톡톡히 하던 블루베리와 함께 소비자의 입맛을 확실하게 사로잡을 새로운 작물도 연구하게 됐다. 그것은 바로 백향과. 해외작물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과일이지만 박경환 대표의 안목은 대단했다. 백향과를 재배한 지 5년이 된 지금, 박 대표는 경주에서 알아주는 강소농으로 자리 잡았다.

▶ 백향과, 그것이 알고 싶다

쌍떡잎식물 측막태좌목 시계꽃과의 덩굴성 여러해살이풀로 패션프루트[passion fruit] 또는 백향과라고 불리는 이 과일은 브라질 남부가 원산지다.

열매는 둥글거나 타원형이며 크기는 5cm 정도이고 검은 자주색으로 익는 것과 노란색으로 익는 계통이 있다. 반쪽을 나눠 보면 씨가 많이 들어 있고,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젤리 상태의 것이 과육이다. 과육은 달기도 하지만 신맛이 강해 주스나 잼으로 가공하기에 알맞다. 이 과실로 만든 주스나 시럽을 사용해 젤리, 무스, 셔벗, 아이스크림 등을 만든다.

백향과는 나이아신성분과 카로틴 성분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서 주름개선에 도움이 된다. 또 비타민C 성분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어 노화를 예방하고 피부를 탄력 있고 깨끗하게 만들어 준다.
백향과에 함유된 나이아신의 양은 석류의 5배 이상이며, 체내 세포들과 각종 노화를 막아줘 젊음을 유지시켜 주는 데에 도움이 된다.

미용뿐 만 아니라 혈관 건강에도 한 몫 하는 것이 백향과다. 백향과에는 칼륨 성분이 풍부한데 이 칼륨은 세포의 삼투압을 조절하는 작용을 해 혈압이 올라가는 것을 방지하고 나트륨을 배출시키는 데에 효과적이다. 또한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데에 도움이 되고, 피를 깨끗하게 해줘서 고혈압, 고지혈증, 동맥경화, 심근경색 등의 혈관계 질환 예방 및 개선에 효능이 있다.

▶ 농작물 재배방식

농원은 경주 해발 400m 지점 토함산자락 고랭지 청정지역에 위치하고 있으며, 친환경무농약 인증(제23-3-1612호)을 받아 일체의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재배하고 있다. 하늘과 맞닿는 곳인지라 낮과 밤의 일교차가 커 과일들이 당도가 높고 산미가 좋은 것이 특징이다.

현재 블루베리 1천100평, 백향과 1천평의 하우스에서 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백향과는 대만에서 수입 묘를 수입, 육묘장에서 격리재배를 한 뒤 3월달에 날씨가 풀리면 농가에 들고 와서 다시 심게 된다. 총 두 번에 걸쳐 수확을 하는데 8월 달에 1차, 10월 초에 2차로 수확을 한다.

백향과는 아열대 작물이기 때문에 일교차가 큰 경주에서는 겨울을 지낼 수 없다. 그래서 매년 묘종을 수입, 봄에 다시 심기를 반복하는 형태다. 담양에 가면 2중 하우스로 수막재배를 해서 난방을 하지만 지난 1월 영하 21도까지 내려간 경주에서는 타 농장과 똑같이 해서는 절대 살아날 수 없다. 그래서 매년 겨울에 묘목을 죽이고 봄에 다시 재배하는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 잘 알려지지 않은 백향과를 고집하는 이유

과거와는 달리 우리나라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빈번히 가고 외국을 접할 기회가 많다 보니 소비자들의 입맛이 변하게 된 것이 가장 큰 계기가 됐다. 예전에는 크고 양이 많은 과일을 선호했다면 이제는 뒷맛이 깔끔하고 매력적인 맛을 내는 과일을 선호하는 편이다. 백향과를 처음 접한 소비자들은 제대로 된 맛을 음미하기 어렵지만, 몇 번만 먹다 보면 중독돼 재구매율이 높은 편이다. 시대에 따라 트렌드를 읽고 재배품종을 추가하는 것 뿐이다. 내년부터는 바나나도 재배할 예정이라 정보를 잘 찾아 보고 있다.

▶ 배움을 그치지 않는 이유

배움에는 끝이 없다고 생각한다. 지난 2012~13년 익숙하지 않은 카카오스토리를 하면서 블루베리의 판매에 큰 도움이 됐다. 당시 1kg 당 5만원이었는데 주문량이 폭발해 새벽 5시에 농장에 나와 새벽 3시에 잠을 자기도 했다. 하루 매출이 높을 때는 1천5백만원을 찍기도 했다. 이후 페이스북의 사용법을 배워 판로를 변경했다. 매일 시간을 투자해 작물이 자라는 과정을 올려 일종의 영농일기를 게시했다. 소비자와 최대한 많이 교류하다 보니 팔로워가 3천명이 넘는다. 꾸준한 소통과 교류를 통해 현재는 고정적인 소비층이 생겨 매출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여기서 배움을 그치지 않았다. 단순히 글과 사진으로는 생생하게 농사 현장을 담을 수 없어 현재는 유튜브 영상 편집을 배우고 있다. 사진보다는 생동감이 있는 동영상을 올려 소비자가 현장을 직접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다.

▶ 앞으로의 꿈

현재 주식회사 ‘자연으로’를 설립, 이사진들과 1차 생산 후 가공식품까지 판매하는 것이 목표다. 지금은 과일 자체만 판매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과일청, 분말 등 다양한 가공식품을 만들어 소비자들이 더욱 다양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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