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문 한동대 교수

섭씨 39도 무더위를 뒤로 하고 네팔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6시간의 여정이다. 여느 때처럼 이륙하자마자 볼 영화를 찾았다. 오래된 영화, ‘그레고리 펙’이 나오는 서부영화인 ‘빅 칸추리’를 보면서 나누어주는 음식을 먹다보니 여정이 반은 흘러간 것 같다. 그후 시간에는 ‘타이탄’이라는 영화를 보았는데, 이는 인구가 늘어 지구용량이 문제가 되고 다툼, 전쟁, 환경오염 등으로 지구가 멸망상태에 이르러, 정부는 과학자들의 제안대로 목성의 한 위성인 타이탄이 지구와 비슷하기에 인류를 그곳으로 이주시키는 큰 계획을 수립했다. 그곳은 대기질소함량이 90%나 되고 기온도 크게 높고 낮기에 그냥은 살수 없지만, 인간이 살 수 있는 환경조성보다 그곳에서 그대로 숨 쉬고 살 수 있도록 인간을 진화시키려는 노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네팔의 수도인 카트만두는 간간이 비가 오고 기온이 섭씨 25~27도로서 한국과 달리 너무나 시원했다. 열대에 가까운 곳이지만 해발 1,500미터의 고원에 자리 잡았고, 비까지 와서 더욱 시원한 여름이 되었던 것 같다. 여장을 풀고 인근 네팔식당에서 늦은 저녁식사를 하고 자리에 누웠는데, 부슬부슬 비가 오는 탓인지 주변에서 개구리 우는 소리가 밤새 크게 들린다.

아침에 비는 개었지만 날씨는 아직 축축하면서 시원하다. 개구리 울음은 멎었지만 새소리가 크게 들리고 불경 읽는 소리도 들린다. 가끔 비행기 소음도 크게 나는데, 네팔에는 항만이 없고 철도나 도로가 제대로 발달되지 않았기에 비행기 의존도가 높아서 개발도상국임에도 비행기가 자주 뜨고 내리는 것 같다. 2015년 강진의 영향과 정치적인 다툼의 여파로 인도와의 국경이 막혀서 1년 전만 해도 카트만두에 전기와 가솔린이 부족하여 전기가 각 가정에 하루 4~5시간만 공급되고 자동차 운행이 힘들었었다.

지금은 그때와는 달리 전기와 연료 사정은 좋아졌지만, 이곳에는 공장이 별로 없고 생필품들을 거의 주변국가에서 수입해오는 형편이다. 히말라야의 수자원도 풍부한데, 수력발전소가 별로 없고 화력발전도 미미해서 전기조차도 인도에서 수입해오는 형편이다. 전기사정이 좋아져야 제조업을 비롯한 각종산업들이 발달될 수 있을 것인데 안타까움이 크다. 항만이 없는 내륙국가라는 것도 큰 불리함을 주고 있다.

비가 와서 원래 돌아볼 예정이던 도심의 파탄궁전과 상업지역들을 돌아보지 못했다. 물이 들어찬 곳도 있지만 길이 진흙탕이라서 대절된 마이크로버스 운행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대신에 도시 변두리의 높은 지역에 위치한 사원과 마을들을 방문할 수 있었다. 우선 도심에서 그리 멀지 않은 언덕위에 위치한 ‘소얌보사원’을 방문했는데, 이곳은 거대한 사원건물, 흰색에 금박 입힌 거대한 탑, 그리고 수많은 부속건물과 조각품들을 지닌 넓은 공원화된 지역으로 보슬비가 옴에도 많은 이들이 찾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카트만두 시내가 다 내다보인다. 행운을 빌며 동전을 던지는 작은 연못에도 많은 이들이 모여 있다. 몽키사원으로도 불리는 이 사원에는 정말 원숭이들이 많이 모여 사는데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음식도 주어먹고 가까이 가도 놀라지는 않지만 가끔 여자들의 머리를 당기기도 하며 방어 겸 공격을 하기도 한다.

좀 더 먼 교외로 나가서 높은 산위에 위치한 ‘찬구나라얀사원’도 방문했다. 우기라서 녹색으로 변한 논밭과 산야를 내려다보며 한참 산을 돌아 올라가니 산성과 같이 사원건물들이 있고 부속건물이며 마을이 있다. 이 마을에서는 사람들이 탈 등 조각이며 천으로 짠 그림들을 직접 제작하고 있다. 사원은 거대하고 조각들도 세심하고 아름답다. 그러나 제대로 유지보수 되고 있지 못함이 안타깝다. ‘석가모니 붓다’의 고향이 네팔지역이기도 하지만 과거에는 이곳 네팔 불교사원들에 인도 각지의 많은 이들이 찾아오고 주변은 오래 머물며 기도하는 사람들로 붐볐다고 한다. 지금도 그러한 흔적들이 많이 남아 있다. 하지만 건물들은 낡았고, 수많은 비둘기들이 오물을 뿌리고, 하수구 냄새가 크게 나는 곳으로 변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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