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태 편집국장

오늘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이른 아침 눈을 비비며 집을 나섭니다.

“아무리 빨리 이 새벽을 맞아도 어김없이 길에는 사람들이 있었다. 남들이 아직 꿈속에서 해맬 거로 생각했지만 언제나 그렇듯 세상은 나보다 빠르다.”

​드라마 ‘미생’에 나왔던 말입니다. 오늘도 길에는 이른 새벽부터 사람들이 분주하게 오갑니다. 새벽기도를 마치고 나오는 교인, 길거리를 깨끗하게 치우는 환경미화원, 운동을 위해 학교운동장에 모인 사람 등 사람들은 어디서나 넘쳐나고 세상은 빠르게 돌아갑니다.

‘배움이 즐겁고 나눔이 행복한 인재를 육성한다.’는 초등학교 운동장을 가로질러 부학산 입구에 도착해 첫 정상을 오르기까지는 172개의 데크 계단을 올라야 합니다.

계단이 끝나고 흙을 밟을 수 있는 곳에 이르자 ‘문화시민 서로를 위한 등산에티켓 안내판’이 있습니다. 잠시 서서 안내문을 천천히 읽어봅니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고성방가는 삼가고, 위험한 곳에 올라가거나 행동은 금하고, 자연보호와 산불예방, 등산객끼리 마찰이 없도록 배려하고, 쓰레기 되가져가기, 반려동물 동행 시 배변봉투와 목줄을 지참하라는 내용입니다.

가파른 길을 올라 첫 봉우리에 오르니, 도심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이른 아침 시가지는 안개 속에 잠겨있습니다. 잠시 후 아침햇살이 비치면 도시는 활기 넘치는 하루의 생존이 시작될 것입니다.

​눈을 돌려 산허리를 내려다봅니다. 비탈에 있는 소나무들은 하나같이 하늘을 향해 수직으로 곧게 서 있습니다. 주어진 환경에 아랑곳없이 비바람을 맞으며 우뚝 서 있는 소나무를 보고 있으면, 말없는 침묵에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됩니다.

​부학산의 첫 쉼터에 다다르니 온몸은 땀으로 흠뻑 젖었습니다. 제가 아침마다 부학산을 오르는 것은 건강을 유지할 목적도 있지만, 산을 오르면서 순간순간 뛰는 심장의 고동소리를 들으며 살아있음을 곧바로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너무도 많이 얽힌 삶의 굴레는 답을 찾기가 어렵지만, 산을 오르다보면 때로는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헝크러진 머릿속이 깔끔하게 정리되기도 합니다. 자연에 동화되어 무념으로 한 발자국씩 걷다보면 어느새 머릿속은 저절로 비워집니다. 비워야 채울 수 있다는 삶의 지혜를 말없는 산에게 한 수 배우게 됩니다.

산에 지천으로 나있는 풀 중에서도 알면 약초이고 모르면 잡초이듯, 세월이 지나도 우리는 늘 배워야 지혜롭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사람의 지혜가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빛나는 것도 배움 때문입니다. 복잡한 모든 일상의 문제도 시간이 지나면 모두 해결됩니다.

몇 개의 산 정상을 지나 못안마을을 따라 양학연당에 조성된 꽃 터널을 지납니다. 유월의 장미향기가 코끝에 와 닿아 기분이 상쾌해 집니다. 장미터널에는 폐현수막을 활용한 화분을 만들어 환경오염 예방과 도시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정성도 담아 놓았습니다.

​못안마을이 끝나는 곳에서 공기 압축식 먼지떨이로 온몸의 흙먼지를 깨끗이 털어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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