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수(실바노)계산성당 주임신부
하느님의 자녀들인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누가 아버지의 뜻을 실천한 아들인가에 대한 물음은 사실 뻔한 답이 나오는 비유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냥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되는 비유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세리와 창녀들이 너희보다 먼저 하늘나라에 들어간다.”고 하시기 때문이다. 죄 많은 사람들로 대표되는 세리와 창녀들이 의로움을 자처하는 율법학자나 수석사제들, 원로들, 바리사이보다 먼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간다면….
그러면 의롭게 살지 말고 적당히 죄를 지으면서 살라는 것인가? 그것은 아닐 것이다. 비유말씀의 이야기를 잘 알아들어야 할 것이다.
하느님 나라는 큰 아들과 같은 사람들이 들어갈 것이다. 처음에는 하느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자신의 마음대로 하는 듯 했지만 자신의 삶에 부족함을 뉘우치고 하느님 사랑을 깨닫고 하느님 말씀에 귀 기울이게 됨으로서 변화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회개하지 않으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것이다.(세리와 창녀들로 표현되는 사람! 자신의 삶의 부족함과 부끄러움을 감추지 않고 회개하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둘째 아들의 모습에도 주목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 모습에 내 삶이 머물러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느님을 믿는다고 하면서 하느님 자녀로서의 삶을 산다고 하면서도 정작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려는 노력이 없다면, 내 편의대로만 살고 내 맘 편한 대로 해석하고 살아간다면, 나 자신을 낮추지 못하고 남의 허물만 바라보고 산다면 둘째아들처럼 말은 해놓고 실천하지 않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율법학자들/바리사이/대사제들이 그런 삶을 살았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두고 「회칠한 무덤」 같다고 하셨다. 겉은 멀쩡하고 화려해 보여도 속은 썩어있는 삶을 심하게 질책하셨다. 내 삶이 그렇게 머물러 있다면 얼마나 안타까울 것인가?
오늘날, 우리가 「예」라고 대답하고 실천해야 할 삶의 모습은 「사랑하는 삶」일 것이다.
「너희가 서로 사랑하는 모습을 보고 세상 사람들이 너희가 내 제자라는 것을 알게 하라!」고 하셨다. - 최후의 만찬
「우리는 하느님께 바치는 그리스도의 향기」라고 했다. - 고린2
같은 생각을 만들어가고, 같은 사랑을 나누고, 같은 마음으로 힘을 표현해내는 것이 사랑이다. 생각에서, 마음에서, 말로 표현되는 신앙을 사랑으로 사는 데 앞장서자. 마음에만 머물러 있지 말자. 생각으로만 그렇다고 수긍하지 말자.
생각의 옳음을, 마음에 담겨진 삶을 실천하는 삶으로 바꾸어갈 수 있을 때 하느님 나라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삶의 중심에 예수님을 모시고 생각을 바꾸어 일하러 가는 아들의 삶이 내 삶이 되도록 살았으면 좋겠다.
대경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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