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18일 전격 사퇴했다. 임기를 무려 2년이나 남겨둔 시점에 사퇴함으로써 정권이 바뀔때마다 포스코의 수장이 교체되는 이른바 '포스코 잔혹사'가 되풀이 된 셈이다.

그러나 검찰은 시민단체가 포스코건설 등 전·현직 경영진 7명을 횡령·배임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첨단범죄수사2부에 맡기는 등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으며, 국세청의 포스코 세무조사설도 계속 나오고 있어 권 회장의 사퇴에 이같은 비리의혹에 대한 부담이 있었을 가능성도 많다.

지난 2000년 포스코는 민영화됐지만, 정권 교체기 때마다 수장이 '물갈이'됐다.
포스코는 외국인 지분율이 57%에 달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사실상 정부 측인 국민연금공단의 지분율은 10% 수준에 그친다.

그러나 정권 교체기 때마다 포스코 회장 거취에 대해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는 의혹은 계속돼 왔다.
전임 회장들이 공식적으로 밝힌 사임 이유는 다양했지만, 정권 교체와 관련이 있다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권 회장의 전임인 정준양 전 회장(2009년 1월∼2014년 3월)은 권 회장과 비슷한 전철을 밟다 사임했다.
국세청이 서울 포스코센터, 포항 본사, 광양제철소 등에 대한 동시다발적 세무조사에 착수하면서 사퇴 압박용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후 정 전 회장은 포스코의 민원을 해결해 주는 대가로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기소됐지만, 작년 11월 2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이구택 전 회장(2003년 3월∼2009년 1월)은 2007년 봄 한차례 연임했으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1년 뒤인 2009년 초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는 2008년 말부터 검찰이 이주성 전 국세청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포스코가 세무조사 무마 로비를 했다는 혐의를 잡고 수사에 나섬에 따라 결국 사퇴 수순을 밟았다.

포스코의 민영화 전에는 고 박태준 초대회장(1968년 4월∼1992년 10월)이 김영삼 당시 대통령과의 불화로 사임한 것을 비롯해 1992∼1994년 사이 황경로(1992년 10월∼1993년 3월)·정명식(1993년 3월∼1994년 3월)·김만제(1994년 3월∼1998년 3월) 등 무려 4명의 회장이 잇달아 바뀌었다.

김만제 전 회장은 김대중 정부 출범 직후, 그의 후임인 유상부(1998년 3월∼2003년 3월) 전 회장은 노무현 정부 출범 직후에 사퇴했다.

포스코 회장들의 이 같은 ‘잔혹사’는 글로벌기업 포스코의 대외신인도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권 회장 개인에 대한 비리가 있다면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겠지만 국민기업 포스코에 또 다시 외압이 작용했다면 대한민국 대표기업 포스코의 위상을 스스로 추락시키는 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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