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거짓말이 그르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진리다. 그렇지만 평생을 살아가면서 거짓말을 한 번도 하지 않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어쩌면 거짓말은 자기 합리화를 모색하고 미래를 도모하는 이성을 지닌 존재의 본질적 특성이라 말할 수 있다. 토마스 홉스는 남을 헐뜯으며 즐거워하는 것을 자연적 경향성이라고 말했는데, 거짓말 역시 그런 것의 하나가 아닌가 생각된다.

만약 거짓말하는 것이 인간의 자연적 경향성이라면 그것 자체를 가지고 잘잘못을 탓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거짓말이 그르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일반 상식이다. 왜 그럴까. 그 까닭은 우리가 그만큼 사회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회는 기본적으로 서로가 진실하다는, 서로에게 거짓말하지 않을 것을 것이라는 믿음(신뢰; trust) 위에 터 잡는다. 이런 믿음이 없다면 사회는 존재할 수도 없다. 사회는 기본적으로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따라서 거짓말을 인간의 자연적 경향성이라는 이유로 방치한다면, 사회는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다.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사회에는 각종 규범과 제도가 마련된다. 이런 규범과 제도는 사회가 유지·번영할 수 있도록 자연적 경향성을 가시적으로 통제하는 기제 역할을 한다. 그것들은 신뢰에 대한 요구와 자연적 경향성간의 타협과 조절의 산물인 셈이다. 적어도 그 안에서 이루어진 일에 대해서는, 경향성이 실제로 어떤 것이든 간에, 신뢰해도 된다는 것이 제도와 규범의 최소한의 존재 이유다.

그런데 최근 우리사회에서는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점점 더 커지고 있어 메커니즘이 근본적으로 도전 받고 있다. 제도와 규범이라는 메커니즘이 보장하는 최소한의 신뢰마저 붕괴되고 있는 것이다. 권력을 지닌 정치인들이 거짓말을 일삼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미국의 닉슨 대통령이 하야하게 된 것은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불리는 비밀 도청사건이 발단이 되었지만 이 사건이 터진 후 관련성이 없다고 거짓말로 일관하다 연관성이 밝혀져 결국 사퇴하게 되었다. 사건 자체의 부도덕성보다도 거짓말 한 것이 더욱 큰 문제였다. 그만큼 정치지도자의 덕목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정직함이다.
대개 거짓말은 곤란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조건반사로 해진다는 것이 심리학의 정설이다.

‘잘못은 인지상사(人之常事)요, 용서는 신의 본성’이라는 말이 있다. 요즘 우리 사회는 자기 자신에 대한 잣대는 ‘인지상사’를 대면서, 타인에 대해서는 ‘신의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이중기준이 신뢰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현실 사회에서는 삼척동자도 아는 진리가 무참히 외면되고 있다. 정치인은 자신의 소신을 정확히 밝히고 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 잃어버린 신뢰를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정치적 미래는 더 이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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