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항은 2개월, 실제 검사기간은 30일

▲ 지난 14일 최종적으로 정기적 검사를 마친 뒤 여객선 터미널에 정박한 썬플라워호의 모습. 모든 검사를 마쳐 운항은 가능하지만 정비 작업을 이유로 내달 1일부터 운항할 계획이다.
30일 선박검사 기간 확인 필요
울릉군민 “겨울철이면 선박검사 구실로 운항 기피”
설 명절 동안 선박검사 마치고도 터미널에 정박만


울릉도를 운항하는 여객선이 겨울철이면 휴항을 일삼아 울릉군민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지만 해양수산당국이 뒷짐을 지고 있다며 울릉군민들이 대책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울릉군민들은 해마다 되풀이 되고 있는 이 같은 고질적인 현상에 대해 분통을 터트렸다. 현재 울릉도 여객선 노선은 포항(3), 후포(1), 강릉(2), 묵호(2) 등에 모두 8개 노선이 운항되고 있다. 그러나 겨울철 운항이 원활한 대형여객선인 씨스타7호(4599톤)과 썬플라워호(2394톤) 등 2척 모두 아예 운항을 하지 않거나 선박검사를 구실로 운항을 회피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관리 감독하는 포항지방해양수산청과 동해지방해양수산청의 관리감독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본지는 울릉군민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마련과 해운행정의 문제점을 심층취재해 보도한다.(편집자주)

<글싣는 순서>
(상)썬플라워호, 정기적 검사 구실로 겨울철 운항 기피 논란
(중)겨울철 운항하지 않는 씨스타7호 정기운항 면허발급 문제점
(하)선박검사와 해운당국의 관리감독에 문제점은 없는가


울릉군민 K(54)씨 등 군민들은 “겨울철이면 썬플라워호(2394톤, 승선 920명)가 선박검사를 구실로 운항을 기피한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올해 설날 명절에 운항을 하지 않는 바람에 작은 배를 타는 등 배 멀미로 고생이 심했다며 여객선사와 포항해양수산청을 원망했다. 이 기간 동안 썬플라워호는 선박검사를 마치고도 운항하지 않고 포항 여객선 터미널에 정박해 있었다.

썬플라워호는 지난달 1일부터 오는 28일까지 정기적 검사를 이유로 휴항을 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검사 기간은 휴항 일수에 절반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져 의도적으로 휴항 기간을 늘려 운항을 회피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썬플라워호는 올 들어 총 59일간을 휴항에 들어갔다. 매년 비슷한 기간 동안 겨울철 1~2월을 정기적 검사 기간을 이유로 휴항하고 있지만 실제 검사는 약 30일 정도에 불과하다.

태성해운의 우리누리1호가 다음달 15일부터 4월 5일까지 총 22일간의 일정(조기완료 시, 18일)으로 정기적 검사가 잡힌 것과 비교했을 때 선박의 크기와 선령(배 나이)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 하더라도 썬플라워호 휴항 일수는 지극히 과하다는 지적이다.

선박검사는 연차검사(제2종 중간검사)와 중간검사(제1종 중간검사), 정기검사로 나뉘며 5년을 주기로 연차검사는 매년, 중간검사는 3년 중, 정기검사는 5년째 실시하게 된다.

썬플라워호의 경우 20년이 넘은 노후선박으로 연차검사가 아닌 해마다 중간검사를 실시해야 하며 기관개방검사와 상가검사(선박을 들어 올리는 검사)를 동시에 받아야 해 선령이 낮은 선박에 비해서는 검사 기간이 늘어나는 부분은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번 기관개방검사는 지난달 10일부터 30일까지로 21일, 상가검사는 지난 5일부터 13일까지로 9일, 총 30일밖에 소요되지 않았으며 나머지는 사전 작업과 정비 작업을 이유로 휴항 일수를 메운 것이다.

또한 이번 검사 때 기관개방검사는 한국선급(KR) 포항지부에서, 상가검사는 여수광양지부에서 받았는데 모두 큰 이상이 없어 14일부터 사실상 운항이 가능한 여건임에도 선박을 부두에 정박해놓고는 운항 시기는 전혀 앞당기지 않고 있다.

울릉도는 다른 계절보다 겨울철에는 파고가 높아 썬플라워호와 같은 대형선박운항이 절실한 상황인데도 선사는 겨울철 검사만 고집하고 있다. 울릉도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지만 관리감독기관인 포항해양수산청 역시 대책 마련에 소극적이다.

부산 지역 D선사 여객선의 경우 동절기가 아닌 4~5월에 정기적 검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같은 노후 선박임에도 휴항 기간이 2주가 채 걸리지 않아 포항해수청이 불필요하게 긴 휴항을 허가해준 것이 아니냐는 의문도 함께 제기됐다.

울릉군민 J(63)씨는 “겨울이 되면 파고가 높아 출렁임이 심한데 작은 배를 타면 상황이 더 안 좋아져 여객선 안은 아수라장이 된다”며 “이러한 고통을 안다면 수익성 보다 도서민의 생존권을 고려해 줘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썬플라워호의 여객선사 대저해운 관계자는 “기상에 주의보가 발효되거나 파고가 3.4m 이상이면 대형이라 할지라도 여객선 운항이 중단된다”며 “비교적 결항률이 높은 이 시기에 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말했다.

또 “검사 일정은 직접적인 검사를 받는 것뿐만 아니라 사전 작업과 마치고 난 뒤 정비 작업도 검사의 한 부류로 볼 수 있다”며 “이것보다 더 빠르게 검사 일정을 조율하기는 사실상 곤란하다”고 전했다.

한편 포항해수청 관계자는 “휴항 허가할 때는 선사가 안전한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최대한 의견을 수렴해서 진행한다”며 “다른 여객선이 없다면 휴항을 앞당기도록 종용하겠지만 2척이 더 있기 때문에 운항엔 무리가 없다고 판단해 이 같은 휴항 일수를 허가해 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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