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이미지 쇄신, 장기적 관점 “지진수습”보다 더 중요할 수도

▲ 편집부 사회팀장 김인규
홍보의 중요성 강조…구호만 앞설 뿐, 실질적 프로젝트 전무
도시브랜드, 도시경쟁력 구축 중요한 요소
포항을 대표하는 브랜도 개발도 시급


지진으로 추락된 포항의 이미지 쇄신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진수습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이 기회에 포항의 대표적인 브랜드 개발 등 이미지 개선을 위해 기초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타 지역 사람들이 ‘포항’이라고 하면 과연 가장 먼저 무엇을 떠올릴까? 사람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단연 ‘포스코(제철공장)’와 ‘과메기’, ‘호미곶’ 정도의 답을 듣게 된다.

‘지속발전 가능한 환동해중심도시’라는 시정구호가 포항시에서 만든 홍보물에 모두 새겨져 있지만 실제로 그 구호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왜 그 구호를 정했는지에 대해서 아는 시민들은 그리 많지가 않다. 여기에 포항을 대표하는 브랜드 역시 부족하다.

최근 글로벌 경쟁시장에서 도시브랜드는 도시경쟁력을 구축하는 데 중요한 요소다. 도시브랜드는 도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지역의 역사와 문화, 자연자원, 미래비전 등의 이미지 제고에 활용되고 있다. 나아가서 도시행정 전략에도 도입되는 등 높은 관심사항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포항시의 도시 브랜드는 무엇이고, 도시 이미지는 어느 정도의 수준인가? 지난 2009년 시 승격 60주년을 기념해서 만든 영문로고는 도무지 무엇을 상징하는지 알 수가 없을 뿐만 아니라,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외국인들조차 ‘포항(POHANG)'이라고 한 번에 읽지 못한다.

도시브랜드라는 ‘파워풀 포항(Powerful Pohang)’ 역시 마찬가지다. 포항시 홈페이지 설명에 따르면 “역동적인 포항시를 바탕으로 시민 모두가 행복한 포항시가 되기 위한 염원을 담음. 이니셜 P를 이용하여 새싹과 하트모양으로 친근감 있게 표현함으로써 즐거움과 행복함이 퍼져나가는 포항시의 이미지를 담고 있음. 포항시민의 삶의 질과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도록 친근하게 리뉴얼하여 누구나 즐겁고 행복하기를 바라는 포항시의 희망을 담음”이라고 한다. ‘파워풀’과 ‘희망’이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포항시의 시화(市花)가 ‘장미’라는 사실도 지난해 대규모 장미심기 사업이 시작되면서 알게 된 시민들이 다수이다. 도시 이미지 역시,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 본보가 지난 23일자 1면에 게재한 ‘포항도시이미지 쇄신, 지진수습만큼 중요하다’는 기사에서 잘 나타난다.


시정에서 홍보의 중요성은 수없이 강조되고 있지만 정책적 방향의 변화와 운영과정에서 후순위로 밀리거나, 그때그때 형식적인 언론보도에만 급급하다 보니까 도시브랜드 및 도시 이미지를 구축하는 사업의 지속적인 추진은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체계적인 관리시스템과 운영조직 등의 분산 때문에 정책적인 집중력이 약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실제로 포항시는 홍보마케팅팀과 스포츠마케팅팀, 관광마케팅팀 등 마케팅팀만 3개가 있지만 실질적으로 도시마케팅에 얼마만큼 효과를 거두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포항시는 이제 본격적으로 나서야 한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포항’이라는 상품을 전국은 물론 외국에도 알리고 수출해야 한다. 이를 통해서 관광객들의 발길과 기업들의 투자가 이어져야 한다. 문제가 제기되고, 필요성을 공감할 때 도시 이미지를 쇄신해야 한다.

‘포항사랑상품권’의 추가발행, 특정시장을 중심으로 한 전통시장 찾기, 지역상품 사주기 등은 아주 단기적인 이벤트에 불과하다. 지역경제의 활성화는 자금의 유동성을 지역 내부에 틀어쥐는 것도 중요하지만 외부의 자금이 지역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새롭게 TF팀을 만들고, 활발한 도시마케팅 활동을 통해서 답을 만들어야 가야 한다.

‘광주’가 민주화와 저항의 도시라는 정치적 상징을 벗어버리고 ‘아시아문화중심’이라는 구호를 통해 문화의 도시로 탈바꿈한 것은 좋은 예이다. 또한 ‘부산’이 자갈치의 정겨움을 넘어 세계적인 영화의 도시로 다시 탈바꿈하는 과정에서 도시의 이미지를 새롭게 만들어 낸 것에서도 찾을 수 있다.

제철소와 과메기로만 대표되던 포항이, 지진으로 한순간 불안감에 휩싸인 도시가 되었다. 불안한 포항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새로운 희망과 안전한 도시로 탈바꿈하려면 지금 당장 TF팀을 꾸려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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