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을 겪고 있는 고향분들에게 힘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고향인 포항에서 큰 지진이 일어나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저의 조그마한 정성이 고통을 겪고 있는 이재민들에게 힘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전북현대에서 뛰고 있는 ‘포항사람’ 이동국(38)이 20일 오후 포항시청을 방문해 지진피해 사랑나눔 성금 5천만원을 쾌척했다.

이동국은 “지진 당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뉴스를 통해 포항 지진 사태를 접했다. 친구들도 SNS로 상황을 전해왔다. 인명 피해가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경주 지진보다 충격이 더 크다고 해서 걱정을 많이 했다. 부모님과 전화 연결이 안 돼 불안했다"고 말했다.

그는 "어릴 때 북구 두호동, 환여동에서 살았는데 흥해 진앙지에 가까운 북구 쪽에 피해가 커 가슴이 아팠다”며 “시즌 중에는 어쩔 수가 없어 어제 수원전을 마친 뒤 포항으로 와서 성금을 전달하기로 마음 먹었다”고 했다.

전날 수원삼성과의 K리그 클래식 최종전의 피로를 씻을 겨를도 없이 오전 KTX편으로 포항시청을 방문했다.

이동국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K리그 어워즈 2017 시상식에 초청 받았지만 참석하지 않고 포항으로 곧장 달려왔다.

이동국은 시상식에 불참했지만 특별상과 베스트 포토상을 받아 ‘2관왕’에 올랐다.

K리그 사상 처음으로 200골을 달성한 데 힘입어 특별상을, 200골 달성시 유니폼을 벗고 펼쳤던 세리머니로 베스트 포토상을 받았다.

그는 포항시에 성금을 전달한 뒤 오후 예정된 구단의 우승 축하연에 참석하기 위해 점심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곧바로 KTX를 타고 상경했다.

이동국은 고향에 대한 진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스틸야드에 들어서면 고향 팬들이 소속팀을 떠나 많은 응원을 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면서 “프로선수가 상황에 따라 팀을 옮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고향인 포항은 항상 마음속에 있다”고 했다.

성금 전달식에 동석한 부친 이길남씨(68)는 “(아들이) 몸은 떠나 있지만 마음은 항상 포항에 있다는 것을 느낀다”며 “고향에 어려움이 닥치면 당연히 도와야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동국은 포항에서 태어나 포철동초, 포철중, 포철고(옛 포철공고)를 나왔고, 1998년 연고 팀인 포항스틸러스에 입단했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혜성처럼 등장해 안정환-고종수와 함께 한국축구 르네상스를 이끌었다.

그는 2006년까지 포항에서 활약하다 2007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미들즈브러)에 진출했지만 성공하지 못하고 K리그로 유턴했다.

이후 성남일화를 거쳐 2009년부터 8년간 전북에서 뛰고 있다. 전북에서 ‘봉동이장’ 최강희 감독을 만나 제2의 축구인생을 활짝 열었다.

특히 1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과의 K리그 클래식 최종전에서 시즌 10호골을 넣어 국내선수 최초로 9시즌 연속 두자릿수 득점 대기록을 수립했다.

이동국은 이날 득점으로 K리그 통산 최다인 202호골을 터뜨려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여전히 그라운드를 지배하는 ‘기록의 사나이’로서 축구인생을 성공적으로 열어가고 있다.

한편 이동국의 중·고교 후배인 황희찬(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도 3천만원을 쾌척해 포항 이재민 돕기에 동참했다.
저작권자 © 대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