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태 편집국장

지난 15일 14시 29분 31초. 규모 5.4의 강진이 포항시 북구 북쪽 9km지점 흥해읍 용천리에서 발생했다. 지진은 이웃국가인 일본과 중국에서만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그 동안의 생각이 작년 경주의 9.12강진과 이번 포항의 지진으로 인해 공포감이 느껴지면서 우리나라도 예외국가가 아님을 실감하게 되었다.

하지만 9.12강진과는 달리 경북도나 포항시의 지진대응은 빨랐다. 작년 9.12지진 대응 경험을 바탕으로 포항지진 직후 큰 혼란 없이 지진발생 3분 만에 도와 시가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하고, 신속하게 지진발생상황을 파악했다. 또한 현지 피해현황 조사를 위해 현장상황지원반을 급파하여 현장 지원을 이어갔다.

이어 대피소 생활을 하는 이재민들이 불편이 없도록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면서 여진으로 지진피해를 입은 시설물의 안전진단과 위험 건축물 응급복구 지원에 들어갔다.

급작스런 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포항지역 이재민을 돕기 위해 구호성금 모금을 진행하면서, 전국재해구호협회·전국 시도지사·언론 등에 적극적인 성금 모금 지원도 요청했다.

포항 강진은 19일 기준으로 중상 5명, 경상 71명의 인명피해와 도로, 항만 등 공공시설 296건, 주택, 상가 등 사유시설 2762건의 피해가 났으며, 흥해실내체육관 등 12개 대피소에서 이재민 1,318명이 임시 대피해 있다.

피해 응급복구를 위해 정부·지자체, 민·관·군이 합동으로 나섰으며 공무원, 군인, 자원봉사자 등 22,592명의 연인원과 장비 130대를 동원해 신속하게 진행해 3,058개소 중 2,595개소인 84.5% 완료했다.

지난 16일 재난안전특별교부세 40억원을 긴급지원 받았으며, 재해구호기금 275백만원을 행정안전부로 부터 교부 결정을 받았다. 며칠 사이 56회에 걸쳐 여진이 있었으며 지금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몇 해 전 동남아의 지진 해일과 파키스탄 지진과 같은 대규모 자연 재해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은 적이 있었다. 이때 우리 국민은 피해를 당한 가족들을 구조하고 돕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국민성금을 보내고 위로했다. 국경과 민족을 초월해 어려운 이웃을 도와야 한다는 것이 한국인의 순수한 마음이었다.

불과 50여 년 전만 해도 먹을 것이 없어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지금은 우리가 가난한 나라를 도와 줄 정도로 많이 성장했다. 몇 해 전 지진으로 수만 명이 죽은 파키스탄을 도우기 위해 우리정부에서는 지원금을 보냈다. 또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몰아쳐 수천 명이 죽고 수만 명이 집을 잃은 미국에 많은 도움을 주기도 했다.

우리보다 훨씬 잘 사는 미국을 우리가 도와줄 만큼 우리나라도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부자 나라가 가난한 나라를 도와야 하는 것은 사회적 의무다. 하지만 우리 보다 잘사는 나라를 돕는 것도 인류애의 발로에서 나온 순수한 마음이라 할 수 있다.

한 마을에 부자가 살았다. 그런데 그 해 비가 무척 와서 집이 다 부서지고 창고의 곡식도 다 떠내려가 버리고 말았다. 땅과 은행 예금도 많으니 이를 팔고 찾으면 다시 집도 짓고 곡식도 살 수 있겠지만, 당장 먹을 것은 없다. 이럴 때 이웃사촌이라면 같이 밥을 나눠 먹는 게 도리일 것이다.

가난한 나라이든, 부자 나라이든 큰 자연 재해를 당한 나라를 세계 각국이 서로 돕는 것은 이런 상황과 비슷하다. 우리보다 잘 살지 못해 피해를 복구하지 못하는 가난한 나라를 도와야 하는 것은 더욱 당연한 일이지만, 우리보다 잘사는 나라를 돕는 것도 이웃이 해야 할 도리일 것이다.

다행히 포항의 강진 피해를 걱정하며 전국 각지에서 이재민을 위한 구호물품 및 성금이 계속 이어지는 온정의 손길이 펼쳐지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해병대, 지역사회단체 등을 비롯해 지진으로 큰 피해를 당했지만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재민을 위해 통 큰 성금을 기탁하는 사람도 있어서 보는 이의 마음을 훈훈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값진 성과는 초기에 잠시의 혼란은 있었지만 일사 분란하게 움직였던 경북도와 포항시재해대책본부의 초동대처능력과 긴박한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매뉴얼에 따라 신속하게 대피한 포항시민의 성숙한 시민의식이었다. 학교와 직장, 가정 등 모두 하나가 되어 재빨리 움직여 인명피해를 없앴다. 여기서 포항시의 미래를 볼 수 있었다.

일시적인 피해를 입고 당장 힘든 상황에 처한 이재민이지만 곧 어려움을 극복하고 당당하게 일상에 복귀할 것으로 본다. 비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고 했다. 힘들지만 끝까지 용기 잃지 않고 힘내시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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