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도시장, 영일대해수욕장 등 외지 관광객 발끊겨

▲ 손님이 없어 텅 빈 죽도시장.

“포항에 와 주세요, 제발.”
중앙언론 과잉보도 자제해야


역대 두 번째 규모인 5.4 강진이 포항지역 민생경제에 악영향으로 작용하는 등 직격탄이 되고 있다. 주말이면 수만명에 달하던 외지관광객이 죽도시장을 찾아왔지만 지진여파로 발길이 뚝 끊겼다.

관광 명소인 영일대해수욕장, 호미곳등대, 크루즈 선착장에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겨 상인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호텔, 팬션, 식당마다 연말 각종 모임이 잇따라 취소되고 있다. 포항시가 관내 호텔, 펜션 등 38개소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진 발생 후 다음날인 16일 하루 동안에만 예약 341건이 취소됐고 예약 취소 인원은 3천여 명에 달했다.

▷주말을 맞은 지난 18일 오전 10시께 포항 죽도시장
평소 발 디딜 틈이 없었던 모습과 달리 한산했다. 특히 수십 대가 찾는 관광버스는 2대만 세워져 버스 전용 주차장이 텅 빈 모습을 보여 지진의 여파를 짐작할 수 있었다. 상인들은 손님을 유치하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썼다.

한 상인(53·여)은 “죽도시장은 큰 피해를 입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피해 지역에 대한 미디어의 과장된 보도로 인해 타지 관광객들이 겁을 먹고 오지 않는 것 같다”며 속상해 했다.

또 다른 상인(56·여)은 “손님이 한 명도 찾지 않았다. 안 그래도 작년에 비해 매출이 줄었는데 지진으로 인해 손님들이 더 찾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눈에 보이는 피해만 피해가 아니다. 우리가 입은 손해는 누가 보상해 주나”라며 정부의 대책을 요구했다.

죽도시장 내에 있는 포항수산업협동조합의 김경태 경매사는 “죽도시장은 H빔으로 안전하게 설계돼 지진에도 견딜 수 있다”며 “부분적으로 물탱크에 미세한 금이 생겨 물이 새거나 벽돌 파손 외에는 다른 피해는 없다”고 밝혔다.

▷같은 날 오후 2시께 영일만크루즈 선착장
하루 평균 평일 300명, 주말 1천500명이 이용하는 이곳에는 30여 명의 관광객들만 찾았다. 예약 취소가 이어져 지난 16~17일은 출항을 하지 못했다. 영일만크루즈(747t·정원 600명)는 사회봉사 차원에서 포항시민 어르신 승선비 5천원, 수험생·학부모 40% 할인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기획했으나 이번 지진의 여파로 문의 전화도 오지 않는 상황이다.

정민철 영일만크루즈 이사는 “이재민들을 고려해 크루즈에서 야간 불꽃을 쏘아 올리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이 상황이 얼마만큼 이어질지 모르겠지만 벌써부터 관광업계의 타격이 크다. 정부에서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대책을 빠른 시일 내에 세워야 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포항크루즈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오후 4시께 연오랑(46인승)호는 20명도 채 되지 않는 손님을 태우고 출항했다. 김무원 포항크루즈 이사는 “대부분 예약이 취소됐다. 인적 재해다. 관광객들이 와야 지역 경제가 돌아가는 데 애꿎은 상인들이 많은 피해를 입고 있다”며 “죽도시장과 연계돼 있는 관광산업은 다른 지역의 사람들이 찾지 않으면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 도미노처럼 소상공인이 무너지면 포항 경제 활성화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각자의 맡은 역할들이 있다. 재난 지역은 빠르게 복구 작업을 해야 할 것이고 우리는 관광 산업에 힘써야 할 것”이라며 “지도층들도 지역 경기를 위한다면 포항의 발전된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 않겠는가”라며 반문했다.

이날 포항크루즈를 찾은 김모(26·대구시)씨는 “뉴스에서 보도한 영상들만 보고 걱정을 많이 했는데 막상 포항에 와 보니 죽도시장 등 관광명소는 비교적 안전한 것 같다”며 “관광을 하러 왔는데도 괜히 마음이 불편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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