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안동시 법흥동 소재 이상룡 선생의 고택 ‘임청각’복원사업이 관련사업비의 축소로 당초 계획보다 상당 기간 지연될 것으로 우려된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가 잇따라 원형 복원을 약속해 놓고 정작 정부 예산 확정 작업에서는 사업비를 3분의 1 수준으로 줄였기 때문이다.

99칸 대종택인 임청각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을 지낸 석주 이상룡 선생의 생가다. 일제는 강점기 때 임청각의 정기를 끊으려고 행랑채와 부속건물 50여칸을 뜯고 마당을 관통하는 철길을 놓았다. 이에 광복 70주년을 맞은 2015년 8월 문화재청이 ‘일제 강점기 훼손 문화재 복원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이를 토대로 박근혜정부는 2016년 종합정비계획 수립 예산 2억원을 확정한 데 이어 임청각 복원 관련 중앙선 복선화 사업을 2020년까지 추진하는 로드맵을 마련했다.

그러나 새 정부 들어 복지 예산을 늘리고 SOC(사회간접자본) 예산을 대폭 삭감하기로 하면서 내년 중앙선 복선화 사업 예산이 올해 예산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2천500억원으로 급감했다. 매년 약 6천5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하지만, 턱없이 부족한 예산에 임청각의 복원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지난 8·15 경축사에서 이상룡 선생의 애국투혼을 언급하면서 ‘복원’에 대한 기대를 높였으나 정작 정부는 ‘엇박자’를 내고 있는 셈이다.

임청각 복원 사업은 중앙선 복선전철·직선화사업 완공으로 실현 가능하다. 중앙선 사업은 2010년 시작돼 2020년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총 3조7천114억원의 사업비가 소요되며, 올해까지 1조7천700억원이 투입됐다. 계획대로 2020년까지 임청각 앞 철길을 걷어내자면, 내년도 예산 포함 약 1조9천억원(3년간 평균 6천500억원)이 추가로 투입돼야 하는 셈이다.

그러나 내년도 예산 정부안에 따르면 실제 예산 배정액은 2천560억원에 그쳤다. 국토부가 요청한 5천370억원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셈이다.

지역 국회의원들이 적극적인 사업추진을 촉구하고 있고 정부 측도 복원의지를 재확인하고 있지만 당장 필요한 것은 예산반영이다.

안동시의회도 최근 임시회에서 ‘독립운동 성지 임청각 복원 등에 관한 건의안’을 의결했다.

아울러 안동시에 임청각 원형복원 사업에 발맞추어 석주 선생의 나라사랑 정신을 기리는 선양사업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념관 건립, 학술대회 등 독립운동사 재조명에 발 빠른 대응을 당부했다.

안동시의회는 이번에 채택된 건의안을 국회, 청와대, 기획재정부, 문화체육관광부, 건설교통부, 국가보훈처 등에 전달하고 관련사업의 조기 추진을 촉구할 예정이다. 임청각 복원에 지역정치권의 일치된 목소리와 함께 정부의 전향적인 조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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