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부중 동부본부장

▲ 장부중 동부본부장
때로는 사무치게 바다가 그리울 때가 있다. 황량한 해변의 고독과 끊임없는 파도의 생명력과 은밀한 지난 여름의 추억이 들릴듯 말듯한 울림으로 올해 바닷가도 우리를 부르고 있다. 바다를 찾는 이유는 제각각 다를 테지만 바다하면 떠오르는 곳이 바로 동해안이다.
경북의 동북단, 울진은 이루헤아리기 힘들 만큼 많은 보배를 품고 있는 말 그대로의 관광울진이다. 지하 금강이라 불리는 성류굴, 명승 6호인 불영사 계곡, 관동팔경인 월송정과 망양정, 국내 최대 규모인 금강송면 소광리 금강송 군락지, 백암과 덕구온천, 소박한 인심이 흥겨운 포구와 102km의 은빛 모래밭이 일대 장관을 이루고 있다.
최근에는 민물고기생태체험관과 친환경농업엑스포공원도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진귀한 보물이 아주 많다’는 이름 그대로 울진이다. 하지만 오지인 탓에 속인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호젓한 곳도 더러 숨어 있다.그 중 하나가 죽변항 인근에 위치한 대나무 숲이다. 흔히 대나무라면 키가 수십m까지 자라는 내륙지방의 왕대를 연상하지만 거센 해풍을 이겨내고 자란 이속의 대나무는 키가 고작 3m 정도에 불과한 작은 대나무들이 온갖 세파와 역경을 이겨낸 듯 오밀조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대나무는 왜적을 막기 위한 화살대 생산용으로 고려시대부터 가꿔왔다는 ‘뿌리 깊은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이곳 죽변항에는 한반도에서 울릉도와 가장 가까운 곳으로 직선거리 217km다.
바람결에 일렁이는 댓잎 너머로 들리는 파도소리는 가히 ‘명품’이라 부를만 하다. 하늘마저 가린 대나무 터널 아래에서 바람소리와 파도소리를 벗삼아 걷노라면 신선이 따로 없다. 군데군데 마련된 전망대에 올라 굽어보는 경치는 가히 일품이다.
울진군은 이곳에 용이 승천했다는 전설이 있다는 점에 착안해 ‘용의 꿈길’이란 이름을 붙였다. 혼자라도 좋지만 죽변 대나무 숲은 연인이나 가족들끼리 함께라면 더 좋을 듯하다.
대나무 오솔길의 초입에 드라마 ‘폭풍속으로’(2004년 SBS 방송)를 촬영했던 세트장인 ‘죽변제일교회’라는 회갈색 나무현판이 걸려 있는 교회의 주황색 지붕과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절벽 위에 외롭게 서 있는 ‘주인공의 집’은 쪽빛 바다와 절묘하게 어울려 이국적인 풍광을 연출한다. 동해를 드나드는 수많은 어선들의 길잡이 역할을 해 온 죽변등대도 최근 새롭게 리모델링을 마쳐 하얀 외관이 더욱 빛을 발휘하고 있다.
울진 용의 꿈길은 죽변면 죽변리의 폭풍 속으로 라는 드라마 촬영장 남쪽 언덕에 자리하고 있으며, 100여 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16m의 8각형 구조의 죽변등대와 푸른 동해바다, 죽변항과 함께 국내외의 유일한 대나무 숲길로 키 작은 대나무 군락지가 80m의 해안절벽에 자리하고 있다.
이곳의 옛 지명은 ‘용추곳’으로 ‘용이 여러날 승천의 꿈을 꾸다가 이 대나무 숲 밑 바다 용암이 둘러 쌓여 있는 용소에서 비로소 승천한 곳’‘용이 승천의 꿈을 이룬 곳’이라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하여 오래전부터 기우제를 올리는 장소로도 많은 사람들이 소원을 빌었던 곳이기도 하다.
동국여지승람에 의하면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고려조 이후부터 조선조까지 대나무 숲이 조성되었고,이 대나무들은 임진왜란 때 화살의 재료로 제작돼 왜군을 물리치는데도 일조를 하였고 신라시대 대에도 화랑들을 상주시켰다고 적고 있다.
바다 바람에 일렁이는 대나무 잎과 숲, 쪽빛바다, 작은 고기잡이 배, 이국적이고 아름다운 풍경으로 많은 관광객들이 최근 이 곳을 찾아오고 있으며 연접한 죽변항에는 대게, 오징어 등 동해안 굴지의 어항으로 사시사철 풍부한 해산물을 싱싱하게 즐길 수 있다. 인근에 국보 제242호인 울진봉평신라비 전시관과 해수욕장, 새로운 볼거리가 가득한 한울원전 홍보전시관 등 보고, 먹고, 즐길 거리가 즐비한 곳이 울진군 죽변면이다.
요즘 생태문화 관광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는 임광원 울진군수(민선 5,6기)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죽변항 일대가 새롭게 변신하며, 기존의 수려한 자연환경에다 후정리에 최근에 착공한 국내 최대 규모의 국립해양과학교육관까지 들어선다.
면민들과 관광객들을 위한 죽변항 고도화사업과 죽변 등대에서 후정리 해변까지 순환레일이 설치되면 죽변항 일대가 관광객 유입과 더불어 해변 낚시 등 죽변면이 새로운 전국적인 관광명소로 거듭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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