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맨체스터에서 22일 미국 팝스타 아레나 그란데의 콘서트 후 출입구에서 폭탄이 터져 어린이 등 22명이 숨지고 59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자살폭탄테러범은 청년인 살만 라마단 아베디로 안보당국의 주시를 받은 인물이었다.

아베디는 급진이슬람 활동으로 인한 고 위험인물로 간주되거나 구체적인 수사대상에 포함됐던 적이 없는 주변적 인물(a peripheral figure) 정도로 간주됐다고 알려지고 있다. 지난 달 웨스트민스터 국회의사당 앞에서 '자동차 테러'를 저질렀던 칼리드 마수드의 경우와 비슷했다는 것이다.

리비아계 주민 대다수는 그가 평소 비교적 얌전하고 어른들에게 정중한 태도를 나타냈던 사람으로 대량살상 범죄를 저지르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한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테러 발생 이틀째인 23일 오후 테러 경보 단계를 '심각'에서 '위태로운'(critical)으로 격상했다. '위태로운' 단계는 테러가 임박한 것으로 여겨지는 상황을 뜻한다.

메이 총리는 당국자들이 이번 테러를 단독 범행으로 확신하지 못하는 까닭에 이런 결정을 내렸다며 이번 테러와 연관된 보다 폭넓은 그룹이 있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는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테러를 주도했던 집단은 주로 아랍계 이슬람의 강경 근본주의 세력들이다. 이슬람 근본주의는 내부적으로 자신들의 종교적 이상에 충실하고자 하지만, 대외적으로는 그런 이상 실현에 방해가 되는 외부 세력에 대해서 강경한 행동을 보이는 것으로 일반에게 알려져 있다.

테러리즘은 유령과 같다. 유령은 인간의 눈에 포착되지 않으며 그 때문에 더욱 공포와 불안을 유발하는 것처럼 테러 역시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를 불안과 공포를 야기해서 사람들이 정상적인 삶의 설계를 할 수 없도록 만든다. 테러는 그 어떤 물리력보다도 인간성을 철저하게 파괴한다. 그러므로 테러는 어떠한 이유에서도 정당화되기 어렵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은 유령을 눈으로 확인시킬 수는 없는 일이다. 인류의 역사에서 사람들의 눈으로 유령을 보이게 해서 그 공포와 불안을 잠재우려 했던 시도는 모두 끔직한 만행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테러와 테러리즘에 대한 인류의 태도도 이런 점에서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지구촌(global village) 사회라는 말을 실감시켜 주듯 영국이 당한 테러가 우리 사회를 섬뜩하게 한다. 마찬가지로 전 세계가 벌이고 있는 대테러 전쟁 역시 우리에게 우려와 불안을 심어주고 있다. 영국 맨체스터 공연장 테러가 주는 교훈은 우리 정부가 당장 시행해야 할 일이다. 바로 테러 발생을 사전에 막을 수 있는 사회적 제도와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저작권자 © 대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