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원 한국농어촌공사 경북지역본부장

▲ 김태원(한국농어촌공사 경북지역본부장)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있는 망원정(望遠亭)의 옛 이름은 ‘희우정(喜雨亭)’이다.

조선시대에도 비가 오는 것은 하늘의 뜻이기에 오랜 가뭄은 농민들을 지치게 만들었다. 1425년 가뭄이 계속되자 세종대왕이 농가 형편을 살피기 위해 마포구에 거동했다가 형 효령대군의 별장인 정자에 올랐는데 때마침 쨍쨍하던 하늘에서 기다리던 단비가 쏟아졌다.

기적처럼 쏟아진 비에 백성들은 기뻐하며 환호성을 질렀고, 세종대왕 역시 기뻐하는 마음을 담아 정자의 이름을 단비가 기쁜 곳이라는 뜻의 ‘희우’라 정하였다고 한다. 아마 백성들을 향한 깊은 애정과 사랑이 하늘을 탄복하게 하여 단비를 내려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요즘도 가뭄이라는 단어가 뉴스에 빈번히 나오고 있다. 지구 온난화 등 기후변화에 따라 강수량의 70%가 여름에 집중, 갈수기가 길어지면서 가뭄이 일시적으로 끝났던 과거와는 달리 장기화ㆍ상시화 되고 있는 징후들이 이곳저곳에서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30여 년 동안 지구 온도는 0.85℃ 정도 상승하였고, 2050년까지 한반도 연평균 기온이 2~4도 정도 상승이 예상돼 21세기 후반에는 아열대 기후로 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강수일수 감소, 강수량의 시ㆍ공간적 편중으로 집중호우에 따른 수해 뿐 아니라 강수부족에 따른 국지적 가뭄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2015년에는 약 7,300ha였던 가뭄지역은 2016년에 약 4만ha로 5.5배나 늘어 가뭄 면적 역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는 등 가뭄의 상시화로 모두가 팔을 걷어붙여야 할 위기 상황이 도래하면서 이제는 극한 가뭄에도 안정적인 용수 공급이 가능한 항구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한 때다.

다행히 4월 현재 공사 관리 저수지의 전국 저수율은 약 81%로 평년의 약 95% 수준이며, 경북지역의 평균 저수율도 91%로 평년의 107%수준을 웃돌고 있어 올해 농업용수 공급에는 큰 차질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올해 4월부터 6월까지 강수량이 평년과 비슷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농사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4월 이후 제대로 된 강수가 없다면 여느 때처럼 제한급수가 남의 일이 아닌 우리 지역의 현실로 다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농업용수 공급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농어촌공사에서는 가뭄이 상시화 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 안전 영농을 위해 매년 선제적인 대응체계를 구축해 오고 있다. 우선 안전 영농을 위해 강수상황에 따른 저수율 분석과 모니터링 실시, 지역별 강수 현황을 고려한 맞춤형 용수확보대책을 수립하고 용수부족이 예상되는 저수지는 지속적인 용수 확보를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

그 중 경북지역도 하천수를 저수지로 끌어올리는 ‘저수지 물채우기’를 실시해 지난해 겨울부터 현재까지 약 1,100만톤의 농업용수를 확보했으며, 영농기 필요한 관정, 양수장비 등 철저한 시설물 정비 및 관리로 영농불편 해소를 위해서도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와 더불어 도내 저수지에 대해서는 ‘급수대책 매뉴얼’을 수립, 지역특색을 반영한 수자원확보 방안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으며 노후 수리시설물 보수ㆍ보강을 위해 본부ㆍ지사 합동 안전 점검반을 운영하는 등 시설물 안전 관리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가뭄과 관련해 정부, 지자체, 공사의 역할 및 노력도 중요하지만 시민들의 자발적인 물 절약 참여 및 인식의 전환도 반드시 필요하다. 샤워시간 1분 줄이기, 빨래 모아서 빨기, 물조리개 등 절수용품 활용하기, 양치할 때 물컵 사용하기 등 평소보다 10%정도만 절약해도 저수량 2.5억 톤의 댐을 2개나 더 만들 수 있는 효과가 발생한다고 하니 물 절약 생활화에 적극 동참해야 할 때다.

공사에서도 지난해 약 10만건 이상의 SNS를 활용해 농업인의 물절약 동참을 독려하였으며, 앞으로도 관련 교육 콘텐츠 및 모델 개발, 가뭄시나리오별 물절약 체험식 교육 실시 등 다양한 홍보활동을 계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가뭄 극복은 나 하나부터 물의 소중함을 깨닫고 절약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물을 절약하는 작은 실천이나 습관이 우리 생활 속에 뿌리내린다면 아무리 어려운 가뭄도 반드시 극복해 나갈 수 있다. 시원하게 내리는 단비 ‘희우’가 올 봄 영농철에도 무사히 내릴 수 있기를, 올 한해도 풍요로운 대지의 결실이 가득하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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