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석 포항시립교향악단 상임단원

 

지난주 우리는 미국의 교향악단 운영을 살펴보았다. 한국 교향악단 운영조직을 살펴보자. 한국은 문화관광부의 통계에 의하면 2000년 말 기준으로 전국에는 모두 216개의 공립공연예술단체가 활동하고 있으며 그 가운데서 합창단이 107개 단체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이 교향악단으로 모두 31개 공립교향악단이 시립, 도립 및 구립교향악단의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공립교향악단은 부산시향, 대구시향, 인천시향, 광주시향, 대전 시향, 울산시향 등 광역시립 교향악단이 7개 단체가 있고 경기도립오케스트라, 충남교향악단, 경북도립교향악단 등 도립교향악단이 3개 단체, 그리고 각 도별로 1~3개 단체의 교향악단이 활동하고 있다. 한편 서울시립교향악단은 운영주체인 세종문화회관이 1999년 7월 1일자로 재단법인으로 독립하면서 서울시교향악단으로 명칭을 바꿔서 새로운 출발을 하였고, KBS교향악단도 2012년 9월 재단법인으로 새롭게 출발하였다.

국공립 교향악단은 예산회계법, 국가공무원법 등 정부 공무원에 적용되는 제반 법률의 적용을 받거나, 단체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해 규정된 조례에 의해 운영된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은 재단법인 세종문화회관 소속의 9개 예술단 가운데 하나이다. 조직은 이사회와 대표이사 예술 감독이 있으며, 경영본부를 두며 경영본부 산하에 경영 관리팀, 공연기획팀, 문화 사업팀, 홍보마케팅팀이 있다. 그 밖에 악기, 악보 담당 등은 따로 직원을 두고 있다. KBS교향악단도 재단법인이 되면서 비슷한 경영팀을 두고 있다.

대구시립교향악단과 울산시립교향악단은 시 산하 예술단을 통합 관리하는 사무국 체제로 운영을 하고 있다. 사무국장 이하 각 단체별 단무장이 있고, 단무장 이하 담당직원과 악기 담당, 악보 담당을 따로 두고 있다. 단장은 해당 시의 부시장이 맡고 있고, 실제 행정은 교향악단이 소재하는 문화예술회관 관장이 부단장으로서 관리하고 있다. 수원시립교향악단은 해당 시의 부시장이 단장을 맡는데, 단장이하 예술 감독 및 상임 지휘자 체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지휘자 이하 단무장이 운영을 책임지고 있다.

공립교향악단의 경우 운영은 보통 해당 교향악단이 상주하는 문화예술회관이 대부분인데, 문화예술회관은 다시 대관부서, 운영부서, 관리부서로 통상 나누어진다. 관리부서는 예산관리, 시설관리 등을 담당하는 부서로 예술단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적은 편이고, 운영부서에서 각 단별 담당자를 두어 예술단을 관리 또는 지원하고, 공연에 따른 수입과 지출, 직원월급 등을 담당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교향악단의 실질적인 업무추진은 각 단별 기획직원과 단별 단무장 및 지휘자와 협의를 통해 이루어진다. 이때 각단의 담당자는 순환보직제로 2년에서 3년주기로 바뀌어서 행정의 일관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대부분의 교향악단의 직원수는 연주 단원을 제외하고 약3명에서 6명 사이로 운영된다. 만약 악기와 악보담당 직원을 제외한다면 순수하게 기획을 맡은 직원의 수는 한두 명이 된다. 이들의 업무는 외적으로는 교향악단의 행사섭외 및 기획 같은 일부 업무를 담당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사실상 이들은 공연기획에서부터 음악감독 보좌, 공연생산 및 진행, 단원 관련 업무, 예산편성작업, 홍보와 마케팅 등등 교향악단 운영 전반에 걸친 업무를 두루 담당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문제는 업무자체로 행정적인 영향력을 행사 할 수 없기 때문에 실무를 담당하면서도 업무에 관한 책임과 권한이 없는 이치에 맞지 않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실질적인 행정적인 영향력은 순환보직제로 임용되는 공무원이 행사를 하게 되는데, 이러한 시스템은 업무가 중복된다던지 불필요하고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 등 불합리한 면이 많이 존재한다.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미국의 교향악단처럼 많은 직원을 두고 시장경쟁에서 자립을 시키면 좋아질까? 한국의 작은 도시의 교향악단은 아마도 시의 재정이 끊기는 순간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

미국과 달리 한국은 홀로서기에 필수적인 자금 조성 및 자금의 효율적 사용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가 없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예술을 보다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효과적인 운영으로 생산성을 극대화함으로써 교향악단의 자립성을 확보해야한다. 이를 위해 운영감독의 지휘를 받는 독립된 사무국 체제로의 전환이 효율적일 것이다.

운영감독은 음악감독과 대등한 관계로 원활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져야 안정된 운영 체제를 갖출 수 있다. 사무국 내 직원의 업무는 개인별로 완전이 업무 분장이 되어 책임을 부여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사무국은 교향악단을 전담하는 부서라야 한다. 또한 순환 보직제로 운영되는 공무원 행정 체제를 혁신하고 전문 인력을 투입해야할 필요가 있다. 물론 예술경영 전공자 또는 전문가를 일부 배치한다고 해서 갑자기 전문적이고 효율적인 경영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지역과 교향악단의 사정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기타 운영체계가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극소수의 전문 경영인 한두 명의 투입은 기존체제와의 갈등을 빚어 낼 수도 있다.

따라서 오랜 시간동안 이루어져 온 지역의 교향악단의 풍토를 이해하고, 이 풍토를 바탕으로 전체적인 운영 체제를 개편한 다음 우수한 전문 인력을 배치하여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포항시립교향악단은 안타깝게도 지휘자는 물론 부지휘자, 악장도 없다. 시설관리공단과 문화재단이 같이 문화예술회관에 상주하며, 시공무원도 예술단을 관리하기 위해 상주한다. 문화예술을 시민들과 향유하기 위해 좀 더 예술단 운영을 위해 고민해 주길 바란다.

저작권자 © 대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